정종환 < 건교부 기획관리실장 >

우리나라는 지난 7월 14일 세계에서 15번째로 자동차 천만대 시대에
들어섰다.

1903년 고종황제가 미국에서 승용차 1대를 들여온 이후 94년만에 천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인구 4.6명당 1대, 1.5가구당 자동차 1대씩을 보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대수가 1천만대가 되었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자동차생산 선진국
이며 소득수준이나 삶의 질면에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지만
교통난 물류난 자동차사고 공해 등 많은 문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게 되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로 교통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걸맞는 교통기반시설의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 교통체증현상이 날로 심화
되고 있어, 이로 인한 도로교통 혼잡비용이 96년에만 GNP의 3.6%인 14조7백
억원에 이르고 매년 2조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제품의 매출원가중 17.3%를 물류비가 차지하게 되어 우리나라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동차 증가로 교통사고가 크게 늘어나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평균 2분마다 1건씩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과거 10년간 교통사고로만
11만2천명이 사망하고 3백19만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자동차의 집중과
교통혼잡은 도시지역의 대기오염을 악화시켜 서울의 경우 대기오염물질의
80.6%가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보다 나은 미래의 교통여건을 만들기 위하여 국민 정부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대비해 나가야 하겠다.

자동차 천만대시대의 교통시책은 지금까지의 공급위주에서 벗어나, 교통
시설을 수송효율이 높은 지하철 버스 등 대량 대중교통수단 위주로 공급하고
이와 병행하여 불요불급한 교통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강력한 교통
수요관리시책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정된 교통시설을 서로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고통분담
차원에서 어느정도 불편을 감내하고 양보하는 성숙된 시민정신이 요구된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