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 불안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 언제 다시 9백10원대로 치솟을지 모르는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자금시장에서는 추석자금수요로 회사채수익률이
12%선을 계속 웃돌고 있다.

지난 5월이후 주식시장을 지탱해온 호재들이 사라져가고 대신 악재가
무더기로 출현하는 모습이다.

사실 지난 5월이후 주식시장은 국내기관들보다는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매수에 의해 크게 올랐다고 할수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 투자한도확대이후 무려 1조8천여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환율이 불안한 반면 우리나라는 원화가치가 안정된데다
경기까지 회복조짐을 보여 호재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환율불안과 경기회복지연가능성이 대두돼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고 매도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 황건호 상무는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한 외국인들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이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의 이남우 이사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불안이 우리나라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의 투자신탁회사(뮤추얼펀드)들이 동남아지역 투자용 수익증권에
대해 환매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러나 동남아시아시장의 주가가 많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덜떨어진 우리나라에서 처분, 환매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국제영업 담당자들은 "최근 반도체관련주에 외국인 매물이 많이
나온 것은 뮤추얼펀드들이 환매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주문을 낸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순환측면에서 보면 경기회복 지연가능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들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아등 대기업의 잇단
부도와 금융기관의 대외신용도하락으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역수지만 하더라도 지난 6월한달 잠시 흑자를 낸후 개선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9억달러선의 적자를 낸후 8월들어서는 지난 25일까지 20억달러정도
적자를 기록,회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한데다 경기까지 예상처럼 빨리 회복되지 않고 있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붕괴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우선 환율
금리등의 불안요인 제거 작업이 급선무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지난해처럼 끝없이 추락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경기가 앞으로 점차 회복되리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오는 10월중 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될 예정이어서 주가하락을 방어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동원경제연구소 이충식
경제연구실장).

또 환율 급등은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지만 제조업의
수출가격경쟁력을 높여 결국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 급락을 막기위해 투신사들이 매수결의를 한데다 지난 한주동안 무려
42포인트나 급락해 기술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