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지가는 오래된 문제다.

국제시장에서 고비용의 장벽을 넘어 우월적 경쟁을 시도하려는 기업가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높은 지가로 주택구입비용이 높아 고생하는
국민들도 고지가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비를 상승시켜 시설투자를 어렵게 하고 이로
인한 물류비의 상승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민총생산에 대한 전국토의 지가를 비교할때 우리는 다섯배가 넘는데
비해 미국은 0.7배, 영국은 1.6배, 일본은 3.9배에 불과하니 고지가의 수준을
알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유리한 입지조건으로 공장 유치를
유혹받는 기업들은 고지가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보듯이 "계획이 없으면 개발도 없다"는 개발원칙을
내세우면서 우리의 규제가 결코 이들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모든 국토개발은 환경과 생태보전을 먼저 생각한후 다루어져야 하며
개발은 오염방지대책을 철저히 한 후에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토지이용의 규제완화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일찍 산업화를 달성하고 산업화과정에서 야기되는 온갖 역기능을
경험한 선진국일수록 토지의 용도규제를 심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토지이용규제가 결코 철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준농림지역 개발을 반대하고, 도심의 재건축 재개발을 억제하고,
도시의 용적률 상향조정을 반대한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들은 우리가 보유한 국토자원의 공급의 한계성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국토의 5%미만을 도시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7%, 영국은 13%, 대만도 6%를 상회하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용토지의 부족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 각자가 약간은 좁게 아껴써서 수요를 감소시켜나가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토지를 좁게 쓰도록 결정하는데는 용도별 단위면적을 축소조정하는
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하나 어디까지나 경제주체들이 경제적 환경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강제성을 부여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새로운 토지수요발생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개발공간에서 이를
흡수할수 있게 하는 노력을 정부와 기업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공통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도심지역 토지를 절약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도심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가급적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란 생명체와 같아서 항상 변화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바로 저하된 도시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한 형태이다.

현재 우리 도시의 건축 용적률도 법정 용적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정 용적률만이라도 지킨다면 새로운 주거용토지의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음은 물론이려니와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주택의
공급물량이 기존 주택의 2.5배에 달한다는 데서 주택공급의 기능도 간과할
수가 없다.

대두되는 기반시설의 문제는 지금도 구시가지에는 소방도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골목 주차문제로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만큼 그나마
기반시설을 상당수준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재개발 재건축으로 얻게 되는 주민들의 재산가치 증식의 이익은 재산세
조정으로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둘째 준농림지역의 활용문제다.

도심지역의 지가상승은 교외토지의 활용을 확산시키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도시 주변지역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하고도 그 외곽의
토지까지 개발을 제한시키고 있다.

토지공급 적정대상지역을 강력규제하여 이용을 억제하고 있어 지가앙등에
대한 대처능력을 상실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매년 인천직할시 만한 토지가 필요한 우리의 토지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잘못된 성문화로 러브호텔이 성황을 이루는 우리의 사회정서도 문제가
있지만 고지가를 해결할수 있는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준농림지역의 개발은
개별적 개발보다는 계획단지의 형태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방안
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선거때마다 해제나 완화론이 거론되는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의
문제이다.

도심으로부터 가까워 대단한 토지이용 매력을 지니고 있는 그린벨트의
행위제한 규제나 완화여부야말로 지금까지 지켜온 토지관리 정책의 변화에
커다란 획을 긋는 사건이 될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도심의 공원 부족에서 오는 녹지확보로 도시환경의
질적향상을 추구하고 미래에 대비한 유보공간으로서 그린벨트를 더이상
훼손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린벨트 지역은 지금의 세대들이 그간 경제개발과정에서 파헤쳐진
국토공간중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수 있는 자랑스런 공간으로 여겨야 한다.

문화유적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보전할 필요도 느끼게 된다.

이것도 토지를 아끼고 절약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다만 구역내 원주민들이 타지역 주민들과 동일한 생활수준을 누릴수 있는
정도의 시설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