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를 걸때 통신사업자를 미리 정해놓는 사전지정제 실시방식을
놓고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첨예하게 대립, 타협점을 찾지못한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어떤방법으로 실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주게되고
점유율이 1%차이를 보일경우 연간 2백여억원상당의 매출차이를 보일수
있어서다.

정통부가 내달 우편조회방식을 통해 10월중에 실시할 사전지정제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업체는 한국통신이다.

한통은 정부가 제도도입방침을 확정함에따라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내심으론 "안했으면" 하고 있다.

반면 데이콤은 10%나 싼요금에도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지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사활을 걸고 사전지정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때문에 양사는 통신개발연구원중심의 사전지정제 추진전담반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뒤돌아서 말을 바꾸는등 새로운 쟁점만들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현재 사전지정제 방식결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우편조회를 실시한뒤
약 2천만명의 전화가입자중 70%선인 1천4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무응답자 처리문제.

한통은 무응답자는 자사에 자동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데이콤은 조회에서 나타난 양사업자 선택비율로 임의 지정하자고 맛서고
있다.

또 2차조회에서도 무응답일경우 임의 지정된 사업자를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자고 주장한다.

양사가 팽팽히 맞서있는 이 문제는 올해 2조3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시외전화시장의 점유율(현재 한통90%이상)을 결정짓고 수백억원의 매출증감
요인이 되는 탓에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않은 난제중의 난제로 꼽힌다.

사전지정의 대상을 어느선으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도 큰 이견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한통은 일반전화 가입자에 한정하자고 주장하고 데이콤은 ISDN
(종합정보통신망) PABX(사설교환기)국선 집단전화 단기전화등의 가입자를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4백만명에 이르는 사전지정기능 불능의 교환기인 M10CN에 수용된
가입자처리문제도 시각차가 크다.

한통은 이 교환기에 연결된 가입자는 교환기 개체후 제도를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데이콤은 이들이 자사를 선택할 경우 전화국내에 ACR(회선자동선택
장치)를 설치, 해결하자며 반박하고 있다.

이와함께 10%의 요금격차에 대해서도 한통이 이의를 제기,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라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하고있다.

한통은 사전지정제의 실시로 082식별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요금격차를 더이상 둘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데이콤은 불공정 경쟁요인 해소를 위해 후발사업자에게 부여한 요금우위는
사전지정제와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밖에 우편조회비용문제도 작지만 걸림돌이다.

데이콤은 2차례 우편조회에 2백10억원, 한통은 6백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누가 얼마를 내야하는가를 놓고 입씨름중이다.

강봉균 정통부장관이 지난21일 한통 데이콤과 99년부터 시외전화사업을
하는 온세통신등 3사 사장을 불러 사전선택제 실시에 협조해 줄것을
요청했지만 한통과 데이콤이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솔로몬 지혜"
보다 더 낳은 방식이 나와야 할것 같다.

[[ 사전지정제 ? ]]

국내에는 현재 한국통신 데이콤등 2개의 시외전화 사업자가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95년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시외전화용
식별번호로 각각"081"과 "082"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국민의 불편을 고려해 그동안 한통의 식별번호는 사용을
유보해왔다.

사전지정제는 가입자들이 식별번호를 누르는 불편없이 시외전화를
이용할 수있도록 하기 위해 미리 사업자를 선택하는 제도.

따라서 선택한 회사의 식별번호를 교환기안에 미리 인식을 시켜놓아
가입자는 지역번호와 전화번호만 누르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도는 시행되더라도 가입자가 수시로 마음에 드는 사업자로 바꿀
수있으며 99년부터 사업을 하는 온세통신은 개별적으로 가입자유치를
하도록 되어있다.

해외에서는 경쟁이 성숙된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등에서 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윤진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