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3) '부도유예협약' .. 섣부른 제도 '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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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시장의 난기류는 섣부른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에도 그 원인이 있다.
부도유예협약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가 상당기간 불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부실금융기관의 자금차입줄이 막히면서 정상적인 자금의 흐름이
왜곡됐기 때문이다.
특히 종금사들의 경우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출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바람에 단기자금운용에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종금사들은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기색이 엿보이면 가차없이
여신회수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조기부실을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부도유예협약은 또 은행 종금사 보험사등 금융기관간 불신을 조장, 기존
금융관행을 뿌리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지난 4월 "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목적으로 탄생한 부도유예협약은 이같은 부작용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부도유예협약은 당시 한보 삼미그룹의 도산에 이어 다른 대기업들까지 연쇄
부도파문에 휩싸일 것으로 보이자 급조된 작품이었다.
"대기업의 부도에 따른 경제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부도유예협약이 금융시장에 끼친 해악을 감안
하면 플러스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A은행 자금부장)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부도유예협약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경로는 우선 종금사 등 금융기관의
자금난에서 시작된다.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시작된 진로 대농 기아등에 잠긴 자금은 모두 14조원
이 넘는다.
이 가운데 담보가 취약한 종금사등 제2금융권 여신은 진로(1조8천억원)
대농(8천억원) 기아(4조4천억원) 등 7조원에 달한다.
이들 자금은 협약적용기간중에 회수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제2금융권자금 7조원이 전혀 회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단기조달-단기운용" 패턴이 생명인 종금사로서는 정상적인 자금수급에
차질을 빚을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종금사의 부실을 우려한 은행권이 콜자금을 공급하지 않게
되고 다급해진 종금사들은 거래시간과 상대를 불문해가며 자금차입에 나서야
했다.
콜금리는 당연히 치솟았고 금리의 추가상승을 예상한 일부은행들은 자금
파이프를 아예 잠궈 버리기도했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혼란은 기업금융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미세한 부실조짐에도 금융기관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최대의 피해자중 하나가 기아의 경우다.
기아가 부도유예대상이 된이후 기업들의 국내외신인도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4대그룹이 아니면 정상적인 자금차입이 어렵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에따라 종금사의 CP(기업어음) 매출액은 이달 18일현재 64조8천억원으로
부도유예협약이 처음으로 적용됐던 지난 4월21일의 66조8천억원에 비해
2조원가량 줄어들었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결국 부도유예협약은 특정기업의 부도를 일시적으로 미루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기업금융의 약화와 금융시스템의 마비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
부도유예협약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가 상당기간 불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부실금융기관의 자금차입줄이 막히면서 정상적인 자금의 흐름이
왜곡됐기 때문이다.
특히 종금사들의 경우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출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바람에 단기자금운용에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종금사들은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기색이 엿보이면 가차없이
여신회수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조기부실을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부도유예협약은 또 은행 종금사 보험사등 금융기관간 불신을 조장, 기존
금융관행을 뿌리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지난 4월 "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목적으로 탄생한 부도유예협약은 이같은 부작용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부도유예협약은 당시 한보 삼미그룹의 도산에 이어 다른 대기업들까지 연쇄
부도파문에 휩싸일 것으로 보이자 급조된 작품이었다.
"대기업의 부도에 따른 경제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부도유예협약이 금융시장에 끼친 해악을 감안
하면 플러스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A은행 자금부장)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부도유예협약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경로는 우선 종금사 등 금융기관의
자금난에서 시작된다.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시작된 진로 대농 기아등에 잠긴 자금은 모두 14조원
이 넘는다.
이 가운데 담보가 취약한 종금사등 제2금융권 여신은 진로(1조8천억원)
대농(8천억원) 기아(4조4천억원) 등 7조원에 달한다.
이들 자금은 협약적용기간중에 회수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제2금융권자금 7조원이 전혀 회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단기조달-단기운용" 패턴이 생명인 종금사로서는 정상적인 자금수급에
차질을 빚을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종금사의 부실을 우려한 은행권이 콜자금을 공급하지 않게
되고 다급해진 종금사들은 거래시간과 상대를 불문해가며 자금차입에 나서야
했다.
콜금리는 당연히 치솟았고 금리의 추가상승을 예상한 일부은행들은 자금
파이프를 아예 잠궈 버리기도했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혼란은 기업금융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미세한 부실조짐에도 금융기관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최대의 피해자중 하나가 기아의 경우다.
기아가 부도유예대상이 된이후 기업들의 국내외신인도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4대그룹이 아니면 정상적인 자금차입이 어렵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에따라 종금사의 CP(기업어음) 매출액은 이달 18일현재 64조8천억원으로
부도유예협약이 처음으로 적용됐던 지난 4월21일의 66조8천억원에 비해
2조원가량 줄어들었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결국 부도유예협약은 특정기업의 부도를 일시적으로 미루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기업금융의 약화와 금융시스템의 마비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