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한국당의 중재로 실마리를 찾아가던 기아해법이 다시 원점으로 돌
아갔다.

기아그룹은 김선홍회장의 사표제출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채권단은 사표제
출이 없는 한 자금지원을 해줄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기아그룹은 15일 최근 김회장이 임창렬통상산업부장관과 서상목신한국당의
원을 만난 자리에서 금명간 사표를 제출키로 했다는 일부 여권인사의 발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종전의 입장과 전혀 달라진게 없음을 분명히 했
다.

기아그룹은 또 이회창신한국당대표가 기아를 제3자에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강경식부총리가 이미 천명한 사실"이라며 기아문제에
관한 정부의 해법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기아그룹은 <>부도유예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아시아자동차 기산 기
아특수강 등의 문제를 풀기위해선 김회장이 사표를 내지 않아야하며 <>9월
29일 부도유예협약 종료이후 채권상환이 연장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기
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고 강조한다.

이에대해 제일등 채권은행단도 "김회장이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의 사표를
제출하지 않는 한 1천8천81억원의 자금을 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채권단은 "김회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자구계획을 강도높게 추진하면 기아경
영진을 당분간 교체하지 않고 제3자매각 대신 기아의 자력회생을 지원할 수
있다"며 "사표가 즉시 수리될지도 모른다는 기아측의 불안감은 지나치게 민
감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제일은행 관계자는 "김회장이 9월말까지 사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감원등에 대한 노조동의서도 조만간 제출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채권단의 요구대로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회창대표의 기아공장 방문, 정부여당과 기아간의 물밑접촉 등으로 수습국
면에 접어드는 듯이 보이던 기아문제는 양측의 입장이 이같이 맞섬에 따라
사태해결을 위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은 물론 기아의 정상화마저도 계속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