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사고 6일째인 11일 아침 괌 현지 유가족들은 퍼시픽 스타
호텔 2층 합동분향소에서 전날밤 설치된 영정을 보며 또한번 울음을
터뜨렸다.

숙소인 라데라 호텔에서 밤을 보낸 뒤 분향소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자신의
혈육의 영정을 쓰다듬으며 오열했으며 이들을 달래던 외국인 적십자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울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전날 라데라 호텔로 갔다가 영정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다시
분향소로 부랴부랴 달려와 밤을 새기도 했다.

영정 2백여개는 분향소에 6단으로 빼곡히 설치돼 이번 참사가 "초대형"
이었음을 실감케 했으며 한 유가족은 자신의 가족을 금방 찾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한항공측은 다른 희생자들의 영정이 대부분 여권사진을 흐릿하게 확대
복사한 것과는 달리 사고로 희생된 승무원 6~7명의 영정을 전부 컬러사진
으로 제작했다 다른 유가족의 시선을 의식, 흑백으로 다시 복사.

<>.사체발굴 작업이 지연되고 신원확인 작업이 늦어지면서 생계 등을 위해
귀국하는 유가족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희생자의 신체특징 등을 기록한 카드를 작성한뒤 이를
토대로 검시관을 상대로 인터뷰를 마친 뒤 모든 것을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와 대한항공측에 일임하고 한국에서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것.

대한항공 관계자는 "어차피 신원이 확인되도 이곳에서는 규정상 시신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면서 "현재 40~50명이 귀국했다"고 설명.

<>.국내에서도 대형사고 때마다 현장에 출동, 구조작업을 벌였던 "점박이"
탤런트 정동남씨(47)는 이날부터 추락현장에서 희생자 사체발굴과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NTSB의 활동을 돕고 있다.

NTSB측은 발굴작업 지연에 따른 유가족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유가족들이
직접 시신을 찾겠다고 나서자 이날부터 정씨의 발굴활동 지원을 허용.

<>.유가족 대표들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신원이 확인된 시신부터
우선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동의한다"며 "송환되는 시신의 유가족들은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른 후 합동분향소로 모여달라"고 주문했다.

당초 "모든 시신이 수습되기 전에는 시신본국송환도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던 유가족대표들은 이날 방침을 변경, 이같이 밝혔다.

<>.대한항공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유가족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발굴된 시신은 모두 1백80구(unit)"라며 "비행기 꼬리부분을
들어올리면 나머지 시신은 대부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행기 가운데부분에 있던 사체는 대부분 수습됐고 현재 꼬리부분
발굴을 위해 도로개설 및 중장비 설치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현재까지 사체사진공개 등을 통해 신원이 분명하게 확인된
시신은 모두 39구"라며 "시신은 반드시 방부처리해야 한다는 괌주정부법에
따라 신원이 확인된 시신들을 미국해군의 지원으로 방부처리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미 텍사스주 산아토니오 브룩스 병원으로 후송됐던
정그레이스(GRACE CHUNG)양이 11일 아침 사망해 이번 사고의 생존자는
28명으로 줄어들었다.

중국계 미국인인 정양은 수술이 끝난 뒤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특별취재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