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선
호수도 속수무책이다.
날마다 주름이 늘어간다.

세월이 깊이를 더할수록
주름도 굵어지는
자연의 비례법칙

탓없이
호수도 좇는다.

호수처럼 맑았던
얼굴에도
주름을 그으며
세월이 지나갔다.

호수와는 달리
이 비례법칙 앞에 탓을 붙이며
당황한다.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시집 "마음으로 열고 이마로 걸으며"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