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국제공항 관제체계의 결함이 대한항공 801편추락사고의 한 원인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 공항의 항공기 착륙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형 및 기후에 따라 공항의 관제체계가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괌 공항의
정확한 착륙경로를 파악하면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어느 정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미연방항공국 (FAA)의 괌 공항 착륙지침에 따르면 이 공항의
관제업무는 통상 최초접근지점이라고 불리는 공항반경 7마일 지점을
기준으로 바깥쪽은 미연방항공국(FAA)이 안쪽은 FAA와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가 관리하는 공항관제탑이 맡는다.

괌 공항에 착륙하려는 항공기는 최초접근 지점에서 공항관제탑으로부터
활주로배정과 함께 착륙허가를 받은 뒤 2천6백피트 이상 유지하던 고도를
서서히 낮추고하강하기 시작한다.

항공기를 활주로로 최종 유도하는 전파를 발사하는 무선항법 보조장치
(VORTAC)는 괌 공항으로부터 약 3마일 떨어진 니미츠 힐에 설치돼 있다.

이 곳은 해발이 7백9피트로, 착륙을 준비중인 항공기는 1천4백40피트로
비행해야 한다.

이어 이른바 착륙할 것인 지를 조종사가 최종 결정하는 결심지점
(DECISION POINT)이 나타난다.

괌 공항의 경우 공항에서 0.6마일 떨어진 곳에 결심지점이 위치해 있다.

이 곳을 통과하면서 조종사는 활주로 (해발 2백피트)와 전조등, 관제탑
등 활주로 환경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 확인되지 않을 경우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상승비행하는 것)해야 한다.

괌 공항 활주로 끝에는 무선신호로 착륙경로와 고도에 관한 정보를
항공기에 주는 활강각지시장치 (GLIDE SCOPE)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 사고
당시 정비상의 이유로꺼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가 시계불량 등으로 정상고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설치된 최저안전고도정보시스템 (MSAW)의 경보음이
울리게 되고 해당항공기에는 위험신호가 전달된다.

그러나 한미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KAL 801편이 VORTAC 설치지점에서
정상고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추락했지만 어떤 경고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와 관련, 10일 오후 괌 파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SAW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경보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국내 항공 전문가들은 "관제소측은 관제권역에 진입한 항공기가
제 고도와 항로를 유지하는지 여부를 감시하면서 이상이 발견될 경우 즉각
정위치로 환원시켜 줄책임이 있다"며 "이번 사고는 NTSB의 1차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 관제 잘못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