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손바닥위에서 놀고 있는 손오공"

요즘 미국 트럭운전수들의 처지가 바로 이 꼴이다.

회사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운행하고 있더라도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망에 그대로 잡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일단 회사만 벗어나면 트럭운전수들은 일종의 자유같은 것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무 곳에서나 주차해 낮잠을 즐기고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가속페달을
밟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트럭회사들이 갖가지 첨단장비를 동원, 운전자를 감시하고 나서
도로위의 자유가 더이상 용인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주된 무기는 통신위성을 이용한 전파추적장치.

운전자들에게 전파발생기를 착용토록 해 이들의 움직임을 멀리 떨어진
회사에 앉아서도 일일이 체크할 수 있다.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으며 어느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심지어 특수전자장비를 엔진에 부착해 운전자가 일정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위해서다.

화물운송회사인 유에스프레이트웨이스사의 더글러스 크리스텐센 회장은
"오늘날 기업들의 성패는 시간절약에 달려있다"며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응,
화물을 제시간에 전달하기위해 이같은 첨단장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이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은 만만치않다.

20여년동안 트럭운전수로 일해온 클리크 새터런드씨는 "트럭운전수들은
회사에서 원격조종이 가능한 로봇의 처지와 다를게 없다"고 말한다.

회사감시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사이에 자칫 과잉충성경쟁이 일어 정작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쉬지 못해 오히려 사고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가장 자유스러운 직업이었던 트럭운전수.

이젠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직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