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직전 자동차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동체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또 비행기가 부산 상공에서도 한번 심하게 흔들렸으며 사고지점 비행때
비만 오락가락했을 뿐 악천후는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송윤호(28.서울 마포구
마포동)씨와의 일문일답.

-사고당시 상황은.

"15분후면 비행기가 괌 아가냐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당시 승객들은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잠시후 자동차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동력이 끊어져 쑥 가라앉은 느낌이 든 후 정신을 잃었다"

-비행도중 무슨 이상이 있지는 않았나.

"김포를 출발한뒤 부산상공에서 물컵이 흔들릴 정도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때 승객들이 크게 동요했다"

-사고지점 부근을 비행할때는 무슨 이상이 없었나.

"비행기가 갑자기 급상승하거나 급강하하지는 않았다. 평행비행하는
느낌이었다"

-기상은 어떠했나.

"비행도중 중간 중간 번개가 쳤다.

그러나 사고지점에 와서는 그런 상황이 없었다.

비만 오락가락했다"

-사고후 상황은.

"깨어나 보니 앞좌석과 뒷좌석에 꽉 끼여있었다.

안전벨트를 힘들게 풀고 무의식적으로 빈 곳으로 나왔다"

-몸 상태는 괜찮았나.

"걸을 수도 있었고 말을 할 수도 있었다.

눈도 잘 보였다.

아주 양호했다"

-밖으로 나온 후 구조활동을 했나.

"기체 밖으로 나왔을 때 뒤에서 10대 여자아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이 아이를 끌어내주고 진정하라고 다독거렸다.

인근에 20대 여자도 옷이 벗겨진채 상처투성이가 돼 누워있었다.

여자가 "춥다" "안아달라"고 해 곧 구조대가 온다며 조금만 참으라고
위로해줬다.

또 회사상사인 이용호(33) 실장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길래 의식을 잃지
않도록 "실장님, 실장님"이라고 부르며 깨어 있도록 했다"

-다른 생존자들은 어떤 상태였나.

"기내에서 나와 산쪽으로 올라가 보니 생존자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당시 생존자들은 "활주로가 저기다.

구조대가 곧 온다.

사고난줄 다 안다.

서로 힘이 되자"고 위안을 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