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기아그룹에 대한 수출신용장(L/C)매입을 거부하기 시작해
기아그룹의 자금줄이 더욱 조여들고 있다.

은행들이 수출환어음(D/A)인수거부에 이어 수출L/C 매입을 거절함에
따라 기아그룹의 자동차 수출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8일 기아그룹에 따르면 이미 모든 시중은행들이 기아의 수출L/C 매입을
중단한데 이어 제일은행도 9일부터 수출L/C 가운데 일람불 수출신용장
(At Sight)은 계속 매입하되 기한부수출신용장(유전스)의 매입은 더이상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따라 기아그룹은 부동산매각대금이 은행에 압류되는데 이어 수출을
하고도 자금화하지 못하는 대금이 크게 늘어나 운영자금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대해 채권금융단은 유천스매입은 기아그룹에 대한 자금지원한도에
연계되어 있어 김회장등 기아경영진이 사표를 제출해야만 재개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아그룹관계자는 "신용도 높은 해외은행들이 발행한 LC를
매입하지 않는 것은 무역거래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부도유예협약으로
기아그룹의 대출금 상환이 유예된 상황에서 수출LC대금을 수입 및 로컬
LC 미결제액과 상계하라는 것은 부도유예협약이 룰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이에 대해 "제일은행만 기아LC를 매입하고 있어 부담이 큰만큼
다른은행들도 기아LC 네고를 재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