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류시열행장이 자산 인수방식으로 한보철강을 제3자에 넘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한보철강의 새주인 찾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자산인수에 따른 난제들이 곳곳에 버티고 있긴 하지만 한보철강이 의외로
빨리 제3자에 인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제일은행 입장 =제일은행은 일단 오는 12일 실시될 주식 매각 공개
입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산인수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데다 금융조건도 손실보상 금액과
기간을 대폭 완화해 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관련 업체들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제3차
입찰도 유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은 이 경우 대상업체들을 직접 방문해 인수 의사 여부를 타진할
방침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현재의 주식인수방식이 통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 제일은행은 포철-동국제강이 제기한 자산인수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제일은행은 자산인수방식의 경우 사전에 채권자들의 합의가 없이는 추진
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 채권단의 동의를 먼저 구하고 사후에 법원의
허가를 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 인수 대상 기업 =채권단이 자산인수방식을 택할 경우 당초 이 안을
제시했던 포철 동국철강이 한보철강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한보를 인수하겠다고 손을 든 업체가 현재로선 이들 밖에 없기 때문
이다.

그러나 현대와 삼성도 주식인수방식의 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뿐이지 자산인수까지도 거부하겠다고 표명한 적은 없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처럼 업체들이 경쟁을 벌인다 하더라도 인수가액에 대한 시각차가
큰 만큼 새주인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포철측은 인수가액으로 2조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한보철강의 금융기관부채
5조8백37억원(안건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러나 자산을 일괄해 매각하지 않고 분할 가능한 자산을 모두 따로따로
매각하는 방식이 채택된다면 의외로 희망 업체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 전망 =자산인수에 의한 한보철강 매각은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특히 자산인수는 법정관리하의 주식인수(손실 장기고정)와 달리 손실을
즉시 대손상각 처리해야 하는 난점이 있어 채권 금융 기관들에 부담을 주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인수대금이 담보우선순위에 따라 분배되기 때문에 무담보채권자들은
자산인수에 관해 거부감이 강한 편이며 법원도 매각대상자산 하나하나에
대해 허가해 줘야 하는 등 넘어야할 고비들이 숱하게 남아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