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채권단회의는 한차례 결렬된뒤 속개되는 터라 상당히 격한 어조로
진행됐다.

은행들의 어조도 강경했지만 기아측도 크게 입장을 수정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 류시열 제일은행장 =기아그룹이 다시 제출한 자구계획을 보면 아직도
추진 가능성이 미심쩍은 곳이 있다.

부동산 매각추진팀은 구성했고 대상명세서 일정도 제출했다.

인력감축 임금동결 급여반납의 경우 노조동의서 첨부를 요구했으나 1개사만
제출했다.

아시아자동차의 경우 광주공장부지를 매각해 시설을 평동으로 옮겨
기아자동차에 흡수하다는 종전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채권단의 입장과는 상치되는 부분이다.

현대 대우 기아 등 자동차 3사가 기아특수강을 공동 경영키로 합의했음을
구두로 전달하고 지급보증이나 보증채무에 대해선 경영정상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엔 채권은행단 동의를 반드시 받겠다는 확약서는
제출했다.

그렇지만 자구계획을 완벽히 이행할 수 있도록 담보하는 수준의 최고경영진
경영권 포기각서는 구심점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제출할수 없다고 했다.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을 정리한 뒤 의견을 조정하자.

<> 장철훈 조흥은행장 =첨부된 노조동의서는 어떤 내용이고 단체협약에
대해선 언급이 있었는가.

<> 류행장 =단협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계속 노력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 나응찬 신한은행장 =현대 대우 기아차가 기아특수강을 공동 경영키로
했는데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싶다.

(류행장이 산업은행측에 설명을 부탁)

<> 김완정 산업은행 부총재 =사전상의도 없이 기아특수강 주식을 3사가
20%씩 공공 소유해 운영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통보만 받았다.

공동경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룹 주거래은행측이 기아측에 요구해줬으면 한다.

<> 정지태 상업은행장 =회사측이 자구계획을 보완할수 있도록 요구했는데
전환사채 발행때 협의하겠다는 부분외에는 책임있는 얘기가 없고 답변해줄
사람도 없다.

회의진행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뒤 회의날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

<> 조흥은행장 =신중을 기하는 뜻에서 2~3일 시간을 준뒤 다시 회의를 갖자.

<> 홍세표 외환은행장 =회의속개가 무의미하다.

30일 자료가 불분명해 연기했는데 제대로 보완되지 않았다.

8천8백명 감축여부도 불투명하며 인력 재배치는 교묘한 함정이다.

<> 류행장 =김선홍 회장이 회의장에 와 있다.

의견을 듣고 정회여부를 결정하자.

<> 김선홍 회장 =특수강은 자동차의 52%를 차지하며 국방에도 매우 중요한
소재다.

올해 3월 공장이 완공돼 준비단계인 만큼 완전 가동은 안된다.

내년에 8천5백억원이상의 매출목표를 잡았었다.

기아특수강이 잘못되면 자동차 생산에 큰 차질이 있다는 점을 현대 대우측에
설명했다.

현대와 대우는 중공업도 갖고 있으므로 물량을 완벽히 소화해 낼수 있다.

세계에 정부 지원없는 특수강 공장은 없다.

컨소시움을 구성해 주식을 공유하고 사장도 교대로 임명함으로써 기아특수강
이 살아나는 모습을 재계에 보여주자고 했다.

채권단이 지원만 해준다면 최고의 특수강을 만들어 내겠다.

포드사와는 그간 돈독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형제같은 관계라고
할수 있다.

지분을 다른 곳에 팔 것이라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 류행장 =인력 감축에 대한 노조 동의서, 강도높은 자구책 실행을
담보할수 있는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이 안돼 있다.

<> 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 사장 =노조측과 최근 마라톤 회의를 갖고
무분규 생산, 단협 독소조항 개정, 인력및 노조간부 감축 등에 대해
합의했다.

지금까지 노조반발 없이 1천2백70명이나 감축했다.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키겠다.

<> 한승준 기아그룹 부회장 =지난번 회장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 류행장 =채권은행단 최후의 담보인 경영책임각서를 완벽히 제출해줄
것을 다시한번 밝힌다.

회의를 오는 4일 오후 3시에 속개하겠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