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계열에 대한 선별정상화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아시아자동차 매각여부를 놓고 채권인과 견해차가 있어서다.

계열사정리를 포함한 사업구조조정이 늦어도 내년말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상당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던 기아그룹 현경영진의 퇴진문제도
차후 논의키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채권금융기관과 기아그룹이 우선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보자는데
합의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부차적인 문제로 시일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아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이 채권단으로부터 어느정도
신뢰를 샀다는 얘기다.

기아그룹은 앞으로 28개 계열사중 5개계열사만 간판을 유지하게 된다.

5개 계열사가 제3자에게 매각되고 7개사는 통폐합되며 11개사는 계열에서
분리된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방안이다.

채권단은 "대그룹"으로서의 명맥유지를 과감히 포기해버린 기아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채권단이 당초 1천6백억원으로 책정했던 긴급자금지원규모를 2백원이상
늘린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기아그룹은 이번에 대부분의 항목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구요건을
충족시켰다.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부지등 부동산매각을 통해 2조7천억원, 인력감축및
재료비절감 등을 통한 수익개선 1조5천억원 등 모두 4조2천억원이상의 자구
계획을 제출했다.

아시아자동차가 매각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기아자동차와 기아자판에
분리합병됨으로써 오히려 선별정상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아는 또 자구계획에 있어서 시한을 정해 달라는 채권단의 주문도
충실히 따랐다.

자구시한도 비교적 멀리잡지 않았다.

기아특수강 기아포드할부금융 기아모텍 한국AB시스템 아신창업투자금융등이
올해내로 매각되고 모스트와 기아경제연구소가 연말까지 기아전자와
기아정보시스템에 각각 합병된다.

또 내년에는 아시아자동차 아시아자판 대전자판 기아인터트레이드
기아중공업등이 정상화대상계열로 통합된다.

채권단은 이번에 정상화대상기업 대신 정리대상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독특한 지원방식을 채택했다.

긴급자금 지원대상 5개 계열사중 기아자동차를 제외한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기산 대경화성등 4개 계열사가 모두 매각 또는 계열분리.통폐합
대상이다.

여기에는 기아계열사의 정상화여부가 자구및 사업구조조정의 속도에 달려
있는 만큼 부실계열사를 조속한 시일내에 정리해 달라는 채권단의 주문이
담겨 있다.

그러나 기아는 이제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정상화여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자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현대 대우 삼성등 대기업들
의 인수.합병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끝나는 9월중순까지 어느정도의 사업구조조정
및 자구계획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