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개혁안에 거부의사를 분명히했던 기아그룹 각 계열사 노동조합이
하루만에 결정을 번복, 사측과 노사개혁안에 합의함에 따라 기아그룹 자구
계획에 물꼬가 트이게 됐다.

특히 기아자동차 노조가 노사개혁안의 상당부분을 수용하고 나선데 이어
아시아자동차 기아중공업 기아정기 등 각 계열사 노조는 "전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이미 지난 21일 내부적으로는 단체협상 가운데 경영권
을 침해하는 조항을 사문화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그룹내 모든
계열사들이 사실상 노사개혁안을 모두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그룹 노조가 이처럼 노사개혁안에 합의한 것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채권단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8일 노사개혁안에 대한 거부 결정에 채권은행단은 물론 정부나
일반인들마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차칫 노조의 결정이 회사의 존망을
결정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들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가 한때 노사개혁안에 반대입장을 고수했던 것은 노사개혁안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채권단에서 요구한 사항이며 이것이 잘못하면 제3자
인수를 위한 노조의 "다이어트"가 될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 기아자동차 노조가 보도자료를 통해 "기아가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이
마치 "강성 노조"만의 잘못으로 몰고 가면서 인원삭감 단체협약 갱신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특정기업의 기아인수를 기정사실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회사 회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놓을수 있겠지만 남에게 넘어가는 것
만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이날 공동선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재승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이날 공동선언문에 서명한뒤 기자들에게
"단체협약 가운데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된 조항들은 이미 내부적
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결의됐다"며 "다만 단체협약 개정을 공식 선언하지
못하는 것은 3자인수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판매 기아중공업 기아정기 노동조합은 공동선언문을 작성하면서
"3자 인수합병은 절대 수용할수 없으며 3자 인수합병시 이같은 합의는 전면
무효화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노조는 이같은 단서조항을 누차 재확인하면서 <>단체협약 개정 <>인원감축
<>3년간의 무분규 등 모든 것을 내놓았다.

이로써 기아그룹은 채권단에게 제시할 자구계획 가운데 가장 큰 것을 얻게
됐다.

난항을 거듭하긴 했지만 기아그룹은 30일 채권단회의에 노사관계 개혁안을
들고 갈수 있게 됐다.

남은 것은 채권단이 기아 노사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점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