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민복지5개년 종합계획이 발표된 서울시청 기자실.

조순 서울시장 얼굴이 유독 환했다.

이날 조시장은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사실 민선시대이후 서울시가 발표한 "온갖" 정책을 돌이켜보면 이런 표정
변화가 수긍이 간다.

여의도광장 공원화를 둘러싸고 한때 논란을 빚은 공원녹지5개년 계획이나
혼잡통행료징수로 심한 반대에 부딪힌 교통종합대책이 그랬다.

고심끝에 내놓은 시책들이 대부분 시민반발에 부딪혀 시작부터 일이 꼬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이번만은 다르다고 생각한 듯하다.

시민복지를 위해 각종 복지정책을 강화하겠다는데 반대가 있을리 없다.

그래서인지 시는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각 언론사에 긴급 배포했다.

한 시관계자는 "지난주 계획이 확정됐지만 곧바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휴가를 즐긴 조시장이 돌아와 발표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조시장 얼굴이 밝은 이유는 단지 이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조시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시간부회의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대선에 나오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조직도 없고 돈도 없지만 대선출마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권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시사한 것이다.

또 조시장은 복지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로써 민선자치시대를 맞은 서울
시정의 정책방향이 모두 완성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치 시장으로서 할 일은 다했다는 듯한 여운을 남긴 것이다.

물론 조시장이 연말 대선에 출마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시장이라고해서 출마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날 발표가 시정설명보다는 ''이름 알리기''에 무게중심을 둔것
같다는게 주위사람들의 평이다.

그의 대통령출마설이 심심찮게 나오는 최근의 분위기가 반영된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준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