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원하십니까? 스크린 오른쪽 버튼을 눌러주세요"

미국 애리조나주의 지방법원 로비에는 "자동 법률문서 출력기"가 마련돼
있다.

일명 "퀵코트(신속법정)".

신용카드나 현찰을 요금 투입구에 밀어넣으면 터치형 스크린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화면속의 아리따운 도우미가 지도하는대로 스크린을 눌러주면 수분내로
원하는 서류가 출력된다.

변호사의 도움없이도 이혼소송, 유언장, 주거 퇴거 요청 등 간단한 법률
관계 서류를 즉석에서 작성할 수 있는 것.

현금 자동 출납기(ATM)를 닮은 퀵코트는 통신업체 노스 커뮤니케이션
(캘리포니아주)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일반인에게 "법"은 멀고도 까다롭다.

누가봐도 갈라서야 마땅한 이혼소송도 변호사에게 의뢰할 경우 5백달러
(약 44만원)는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퀵코트를 이용하면 많아야 30달러(약 2만6천원)면 충분하다.

더구나 변호사에게 이런저런 사생활을 털어놓을 필요도 없다.

93년 첫선을 보인 퀵코트는 "보통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속에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젠 예약을 하지 않고선 신속법정을 이용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회사측은 올해안으로 1백25대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물론 퀵코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안그래도 이혼율이 급증하는 마당에 절차도 쉬워졌겠다 홧김에 이혼하는
부부가 늘지 않겠냐는 것.

그렇다고 퀵코트의 기세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회사측은 이미 자동차등록증 및 사냥허가서를 즉석 발급해주는 퀵코트
2탄을 개발한데 이어 멀지않아 인터넷 서비스까지 구상중이어서 즉석법정의
파워는 갈수록 막강해질 전망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