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5일 고건총리와 강경식경제부총리 등 관계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경제분야 첫날 대정부질문을 갖고 기아사태와 금융개혁, 경부고속철도
부실공사 등 최근의 경제현안및 정부대책을 추궁했다.

이날 질의에 나선 10명의 여야의원들은 최근 대기업들이 잇달아 부도유예
협약 대상기업에 포함된 것과 관련, 경제가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특히 기아그룹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또 한국은행독립과 금융감독기구 개편 등 금융개혁 분야에 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 금융개혁 ]

여당의원들은 금융개혁분야에 대해 이렇다할 질문을 하지 않은 반면 야당
의원들은 졸속으로 이뤄진데다 한은독립을 해치고 있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박종근의원(자민련)은 "금융감독기관의 소관부서는 경제정책의 총책임을
지고 있는 재경원에 있어야지 평균임기가 1년도 안되는 총리실에 둔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이같은 논리라면 공정거래위원회도 총리실에서 재경원
으로 이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이석현의원은 "민간주도가 아니라 청와대 주도로 금개위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안을 재경원이 뜯어고친 것이 금융개혁안"이라며 "현정부에서
무리하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차기정권에 넘기는 것이 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또 오는 2000년부터 금융감독원직원까지 공무원화하겠다는 것은
또다른 관치금융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며 "작은 정부"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의원(국민회의)도 "금개위의 개혁안은 오히려 한국은행독립을 후퇴
시키는 개악안"이라며 "금융감독원을 정부조직중 가장 정치적이라고 볼수
있는 총리실에 두는 것이 과연합당한지 모르겠다"며 이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의 정체변경까지 고려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 기아사태 ]

여야의원할 것없이 기아그룹의 회생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대상에 포함된 것은 삼성의 기아
인수를 위한 작전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신한국당 이우재의원은 "주거래은행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기아가 부도유예
협약 대상기업이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정부는 기아
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기아가 이같이 된데는 모그룹의 작전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정부가 진상을 조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회의 이석현 의원은 "부도유예처리하면서 정부가 기아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재벌의 기강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며 "특히
여당의 특정 대선주자를 지원하는 모그룹이 기아를 인수할수 있는 길을
터준게 아니냐"고 따졌다.

신한국당 김기재의원은 "기아에 대해서는 부도유예기간이 끝나더라도
정부가 연쇄도산방지 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부도유예협약
제도의 대폭 보완및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고 나오연의원은 "국내시장에서의
무이자 할부판매, 해외시장에서의 지나친 과당경쟁 등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과잉시설을 안고 있어 전체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입장을 물었다.

[ 답변 ]

고건총리는 답변에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개선.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
면서 "대기업 경제력 집중완화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경식경제부총리는 기아사태와 관련, "기아관련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진성어음이 원활히 할인되도록 하고 기아 관련 업체들에 대출실적이 많은
은행을 우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강 부총리는 이어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기아 관련
업체들의 채무보증을 2억원까지 늘리는 등 특례보증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부총리는 위천공단 지정문제와 관련,"낙동강 하류의 수질개선사업
기간을 당초 2005년에서 2001년으로 앞당겨 시행할 것"이라며 "낙동강
수질개선 사업이 완료됐을 때 위천공단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열 통상산업부장관은 엑스포과학공원을 벤처산업단지로 지정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과학공원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덕
연구단지가 있어 벤처기업단지로 적합하다는 점에서 검토중에 있다"고 답변
했다.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은 경부고속철도의 안전한 공사를 위해
"한국고속철도공단을 현장중심으로 개편하고 우수한 외국 전문감리회사를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경부고속철 부실공사 축소조작 의혹과 관련, "지난 4월
미국의 저명한 WJE사가 검토한 보고서를 있는 그대로 발표했으며 축소 은폐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그러나 WJE사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보강공사를
실시중"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21세기 대외지향적인 국토개발을 위해 내년중 "U"자
형 국토축을 중심으로 한 제4차 국토개발전략을 확정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현재 시행중인 제3차 국토개발전략을 앞당겨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김선태.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