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

한국수출의 견인차인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잡고있는 미국의
반도체메이커다.

지난18일 한국산 반도체 D램은 덤핑마진이 전혀 없거나 극히 적다고
인정됐는데도 덤핑규제는 철회되지않았다.

미국 상무부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 나오게된데는 마이크론의
로비가 주효했다는 것이 국내 관계자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번 판정의 막후주역으로 지목되고있는 마이크론사는 미국의 하나뿐인
메모리칩 생산업체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85년 일본업체를 반덤핑혐의로 제소하는등 반덤핑제소의
명수.

통산부등 국내 관계자들은 마이크론이 일본의 반도체메이저들과 한국의
삼성등 반도체 큰손들을 비켜가는 대신 새로 부상중인 업체들을 집중공략키로
작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미 상무부가 덤핑혐의를 벗기기엔 "시기상조"라고 판정한
타깃이 바로 마이크론이 눈엣가시처럼 간주해온 이들 한국메이커들이다.

마이크론이 미국의 D램 통상정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통상 관계자들은 "일본은 어쩔수없지만 한국이 제2의 일본이 돼서
미국시장을 초토화시키는 것은 용납할수없다"는 미국정부의 근본적인
통상마인드도 이번 판정의 배경에 깔려있다고 본다.

동시에 이 시장에 새로 뛰어든 대만업체들에 대해서도 경고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물론 단기적으론 반도체시장에 대한 마이크론 측의 분석이 국내국업체들에
대한 혐의를 지울수없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이 회사는 현재의 반도체 D램 시장가격추이에 비춰 한국업체, 그중에서도
후발주자들이 "원가이하"로 생산을 강행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스스로는 신공정개발로 지금의 반도체시장가격에 충분히 대응할수
있다고 본다.

결국 마이크론은 지금 세계반도체시장상황과 자신의 기술력등을 놓고볼
때 이분야의 판도를 역전시킬 호기라고 파악하는 것 같다.

이같은 판단이 마이크론과 그 후견인인 미상무부가 한국과 세계무역기구
(WTO)에서 한판 겨루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무리한 판정을 내리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어떤 회사인가 ]]

감자로 유명한 아이다호주 보이스시에서 80년대 초반에 출범한 이회사는
미국내 유일한 D램 전문업체.

D램을 취급하는 업체는 TI IBM 모토롤라등도있다.

하지만 TI나 모토롤라는 주로 외국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조달받고 있으며 IBM은 자가수요를 생산하고 있어 사실상 상업용으로 D램을
만드는 업체로서는 유일하다.

오너는 대농장주인 심플롯, 현재의 최고경영자(CEO)는 30세 중반의 젊은이
애플턴이다.

엔지니어출신의 애플턴은 첨단반도체의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생산방식에 치중, 회사를 탄탄하게 키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남들은 열심히 64메가D램과 2백56메가D램에 도전하는데 이 회사는
16메가D램의 수율향상을 통해 생산량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선 1개의 웨이퍼에서 칩의 생산을 확대하는 슈링크 (shrink)
기술을 사용하며 이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8인치웨이퍼 한장으로 한국업체들은 16메가D램 칩 4백~5백개를 만드는데이
회사는 6백개이상을 생산한다.

이같은 수율향상과 6인치대신 8인치 웨이퍼를 가공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대폭 늘려 지난해까지 월 1천만개 수준인 생산량이 최근엔 3천만개로
늘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 이동우.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