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는 불길이 하나 올랐다.

이 불은 서울시내를 돌아 전남 무주로 옮겨졌다.

제18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은 전세계 30여개국에 중계방송됐다.

강동구민은 이날의 횃불을 "부활의 횃불"로 생각한다.

선사시대 한반도 농경문화의 본산이었던 강동구가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 "2000년대 르네상스"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의미다.

강동구는 사실 삼국시대까지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다.

선사시대부터 한강변의 비옥한 땅을 배경으로 빗살무늬토기, 토우, 움집,
불지피기 등의 신석기 문화를 만들어냈다.

섬세하고 우아한 백제문화의 원류를 창조해낸 곳도 바로 이 지역이다.

그러나 신라의 삼국통일후 이 지역은 역사 무대에서 사라졌다.

더욱이 최근엔 "천호동 텍사스촌" 때문에 "싸구려 유흥단지"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이런 강동구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제2의 탄생을 시도하고 있다.

화려했던 옛 영화를 되살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곳은 암사동
선사주거지.

강동구청은 2천년대초까지 이곳에 2만3천평 규모의 테마파크를 세울
계획이다.

공원의 주제는 "배움과 놀이".

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교육적 측면에서 활용하고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게 설립목적이다.

교육시설로는 역사 모형촌, 전시관, 박물관, 자연학습장, 청소년수련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 공연공간을 마련해 강동구의 고유민속놀이인 "바위절 마을호상놀이"와
"선사문화축제"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바위절 마을호상놀이"는 상여를 메고 행진하면서 노랫가락을 주고받는
놀이이며 "선사문화축제"는 석기시대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는 행사.

놀이공간으로는 전설의 공원, 둘리공원, 위락시설 등이 마련된다.

윤한식 문화공보관은 "교육과 휴식의 두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시키는게
테마파크의 세계적 추세"라며 "공원이 들어서면 매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동구는 구민을 위한 문화공간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공원을 조성하거나 다시 꾸미는 곳만 3곳.

야산에 불과한 명일동 근린공원을 문화공원으로 재단장한다.

구청은 이곳에 1천5백석 규모의 "강동 문화예술회관"을 건립, 강동 잠실
송파 등 서울 동남부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센터로 만든다는 포부다.

또 지하철 암사역 부근의 빠이롯트 공장이 이전하면 8천여평 규모의
"해공공원" (해공은 신익희씨의 호)을 세우고 길동에 17만평 규모의
자연생태공원을 내년말까지 완공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강동구는 2천년께 전체면적의 50%이상이 녹지로 구성돼
서울 25개 구중에서 가장 쾌적한 지역으로 떠오르게 된다.

하드웨어 구축외에도 지난해 서울 구청중 처음으로 남성합창단을
창단,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으며 여성교향악단과 합창단 등이 지하철과
불우시설을 찾아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연초 구립극단이 창단돼 기념공연을 준비중이며 청소년관현악단도
올해안에 선보이게 된다.

"강동음악의 밤" "서예휘호대회" "사진작가초대전" "강동미술인
초대전" 등도 구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늘릴 예정.

현재 50억원 (구예산의 5%)에 불과한 문화예산을 2000년까지
1백억원으로 확대하고 민간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공연장 무료 대여 등도
추진한다.

2000년초까지 모두 2천여억원 (시지원금 포함)을 투자, 서울의
문화지도를 바꿔놓겠다는 강동구.

고대문화 유적지가 다시 한번 서울의 문화메카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