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가 탄생했다.

용들의 잔치는 이로써 1막을 내렸다.

그러나 문민정부 말기 6개월여의 경제운용에 관한 정부와 여당간 갈등과
논란은 지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새로 탄생한 만큼 당장의 경제현안들과 내년도
예산안등에는 새로운 권력이 요구하는 새로운 철학과 방법들이 어떤 형태건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와 정부가 갈등을 일으킬 부분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영삼 후보 당시에는 이동통신 문제등 개별 사안에 대한 줄다리기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도처에 갈등의 소지가 널려 있다.

과천 경제부처 주변에는 벌써부터 대통령 후보가 어떤 요구사항들을
내놓을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8월초까지 작업이 끝나게 되어 있는 내년도 예산안은 특히 후보와 정부간에
밀고당기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김영삼 후보 당시에도 정부는 이미 짜놓은 예산안을 후보의 요구에 따라
뜯어 고치는등 곤욕을 치러야 했었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정권의 재창출이 긴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문제를 제기해 올때 이를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재경원은 "5% 증액"으로 짜놓은 사실상의 동결 예산에 대해 후보와 당에서
강력한 이의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최악의 경우 7%까지는 물러설수는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원의 관계자는 "농업예산과 교육예산은 사실상 정치성 예산처럼 되어
있다"며 "새 후보가 어떤 정도의 요구를 해올지 벌써부터 답답한 기분"
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제도등 금융개혁도 논란이 일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정부의 개혁방안 자체에 대해서도 견해차들이 적지 않은데다 대선을 치러
내야 하는 후보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를 굳이 강경하게 밀어부칠 이유가
없다.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도 얻어내야 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그런 짐을 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재경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기아그룹과 진로그룹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부도방지 협약의 존속 여부,
한보철강 매각 일정, 정부의 대기업 정책등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자동차에 대한 해법,한보철강 3자 인수 여부등은 특히나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인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로서도 후보의 요구사항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
된다.

해당 기업들의 운명은 새후보의 철학에 따라 상당한 희비의 교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대기업정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정부는 대기업들의 기조실을 없애고 재무구조 개선을 서두르는등
강경한 대재벌 정책을 써왔다.

정권 후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강경한 대책에 얼마나 무게가 실릴
것인지도 의문인 터였다.

이와 관련 강경식 경제팀의 컬러는 새후보의 탄생과 함께 상당부분 탈색
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측 대통령 후보의 탄생이 가져올 부작용도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논리가 경제분야에 관철될 경우 자칫 김영삼 정권은 남은 6개월여를
허송케할 가능성이 있다.

뒤늦게 시작한 노동개혁 교육개혁 금융개혁의 3대 개혁과제는 산업의 구조
조정등과 함께 내년으로 이월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기업들 역시 최고 경영자들이 정치 바람에 휩쓸려 들 경우 장단기 투자
활동등에서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은 역시 우려할 대목이다.

새후보가 정치와 경제의 조화에 대한 어떤 철학을 보여줄지 관심을 끄는
순간이다.

(정규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