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의 민승현(27) 연구 3팀장.
그는 내년 6월 인도에서 발사될 예정인 우리별 3호의 통신장비 개발을 맡고
있다.
앞으로 2~3개월안에 인공위성 제작을 마무리지어야 하기에 박사학위 논문
쓰는 것도 내년으로 미루고 일에 매달려 여념이 없다.
그는 "그래도 우리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한다.
지난 92년과 93년에 각각 발사된 우리별 1호와 2호는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만들어진 것.
반면 3호는 99% 국내 기술로 제작된다.
"최근 화성에 내린 패스파인더호를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우리나라는
몇몇 분야의 기술이 부족한데다 자금도 모자라 꿈도 꾸기 어려운 프로젝트
지요. 그래도 앞으로 10년안에는 꼭 우리 기술로 달에 인공위성을 보내
보고 싶습니다"
민팀장은 우리별 1,2호의 통신장비 제작에도 참여했다.
스무살때인 90년 한국과학기술대학(KIT) 학부과정을 마친 그는 때마침
세워진 이 인공위성연구센터에 들어왔고 곧바로 영국 서레이(SURREY)대학
으로 유학을 떠났다.
서레이대학은 자체 기술로 인공위성을 띄울 정도로 인공위성 분야에선
세계 대학 가운데 으뜸이다.
그는 그곳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우리별 1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지난 92년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곧바로 우리별 2호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는 "이제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짜 제 작품을 만드는
셈이지요"라며 밝게 웃는다.
민팀장의 또 다른 임무는 우리별 1호와 2호를 관리하는 일이다.
우리별 1호는 하루에 12~13회, 그보다 조금 낮은 고도를 돌고있는 2호는
하루에 13~14회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간다.
그때마다 인공위성은 자신의 부위별 온도 등 각종 데이터를 보내온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혹시나 위성에 문제가 생기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이다.
또 위성에 사진을 찍도록 하는 등 여러가지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이런 그가 인공위성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전 군사위성을 싣고 발사됐다가 폭발한 소련의 로켓 있잖아요.
실은 그 로켓에다 우리별 3호를 태울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약이 늦어져
다른 발사체를 택한 것이 천만다행이었지요. 공들여 만든 우리별 3호가
공중분해돼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그는 우리별 1호에 대해서도 "최근 태양전지의 힘이 조금 떨어져 걱정
이지만 그래도 몇년은 거뜬히 버틸 것"이라고 말한다.
민팀장이 인공위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열다섯살때이다.
경기과학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우주로부터 오는 전파를 분석하는 과학반
활동을 한 것이 그의 삶을 인공위성과 맺어 놓았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온 후 그의 경력을 안한 교수의 권유로 그는 인공위성이
보내는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일을 하게 됐다.
그후 인공위성 통신장비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계속 하게 됐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가 졸업과 동시에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원년
멤버로 들어간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별 3호가 마무리지어지면 곧바로 우리별 4호 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내년에는 어쨌든 박사학위를 받아야 하겠지요"
박사학위 논문은 통신용 안테나와 관련 있는 분야를 준비중이란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