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21일 집권여당 사상 처음으로 자유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했다.

정치판의 최대 파워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여권의 대통령후보 "쟁탈전"이
끝남으로써 이제 새로운 "권력"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당내 경선에서의 승리가 대통령당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같은 지역갈등 구도상 신한국당이 분열되지 않을 경우 여권후보는
사실상 반쯤은 차기대통령의 자리에 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신한국당의 자유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은 역대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 결정 과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거 민정당의 노태우후보는 전두환씨에 의한 "지명"이었고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탄생은 집권세력과 민주화세력간의 "정치적 타협"에 의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민주적 경선절차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낸
케이스다.

이같은 경험축적은 앞으로의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당총재가 과연 중립을 지켰느냐 또는 경선과정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없었느냐 하는 점에서는 당내에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권을 겨냥한 정치세력이 통치권자의 "조종"이 아닌 당내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집권대체세력"으로 부상했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는
하나의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여권이 분열하지 않고 대통령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수평적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자유
경선에 따른 여권내의 분파작용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그만큼 신한국당의 후보가 떠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신한국당내에서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당대표가 후보
경선에 출마해도 되느냐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였었다.

또 지구당위원장들에 대한 줄세우기 금품살포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으로 인해 경선출마자들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심지어 전당대회 당일 정견발표 허용여부를 놓고 몸싸움까지 벌인
정도여서 경선후보들간의 앙금은 경선후에도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박찬종고문이 제기한 금품살포설이나 후보사퇴압력 등의 문제는 또
다른 파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부친의 전력이 상대후보측에 의해 왜곡.문제화된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이수성고문의 경우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수성 이한동고문과 김덕룡의원 이인제지사 등 "4인연대"가 경선 전날인
지난 20일 결선투표에서의 연대합의를 발표하면서 금품살포 등의 불공정
경선시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문제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도
신한국당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과열.혼탁으로 인한 경선후보들간의 관계가 거의 회복불능 상태로
소원해진 것 못지 않게 우려되는 것이 당내 계파들간의 "편가르기"에 따른
후유증 치유다.

경선운동과정에서 마치 "생존게임"을 방불케할 정도로 계파간의 골이
깊어졌다.

"피비린내 나는 보복" 등의 살벌한 말이 공공연히 튀어나올 정도였다.

중앙당 사무처의 요원들까지 지지후보가 다를 경우 서로 경계하고 대화를
하지도 못할 정도로 서먹해져 버렸다.

이날 선출된 후보가 차기 집권에 이르기 위해서는 경선고비를 넘긴 것
못지 않은 당내 화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