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중이 아니라면 나는 매달 셋째 금요일 아침엔 반드시 열한명의
고교 동창과 함께 조선호텔을 찾는다.

"39아침모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경기여고 39회 동창들의 만남이라는 뜻에서 "39모임"이라고 이름을 붙인
모임에 처음 나간 해가 지난 77년이었으니까 올해로 꼭 20년이 된 셈이다.

웨딩숍을 경영하는 강신원, 의사 김성심, 제일편물원장 김순희, 경기여고
교장 김용완, 노스웨스트항공사에 오래 봉직하다 은퇴한 김익주, 서강대
심리학교수 김인자, 예림양행 대표 노현자, 현재 모임의 회장인 이화여대
미대교수 이수재, 여성개발원장을 역임했으며 이화여대교수로 재직중인
정세화, 이화여대교수 정온모, 한양대 음대교수 정은모, 그리고 필자 등
열두명의 회원중 우연하게도 대다수가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다.

회원들의 경조사를 함께 나누는 것은 물론이며, 역대 경기여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아직까지 생존해계신 고교 은사님 모시기, 외국에
체류중인 동창생들이 귀국했을때 환영모임 열어주기 등이 우리 모임의
주요 행사이다.

또한 회원들이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각 분야의
권위자들을 초청해서 유익한 말씀을 듣는 것도 내가 이 모임에 빠지고
싶지않은 이유중의 하나이다.

물론 대학동창모임,섬유업계 모임등 내가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다른
모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모임들은 전공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의 만남이기 때문에
모임을 통해서 얻는 정보도 특정 분야에 국한되기 쉽다.

반면에 "39모임"을 통해서는 회원들의 각기 다른 전공 덕분에 생활이
한층 폭넓어지는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

가령 불쑥 커버린 자식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김인자 교수에게 상담하고,
건강상의 걱정은 의학박사 김성심에게 털어놓으며, 해외여행에 관해서라면
노스웨스트항공의 베테랑 김익주에게 자문을 구하면 되니까 언제나 마음이
든든하다.

또한 이수재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마련하는 전시회를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도록을 구입하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