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에 실시된 사장단 인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일부 계열사와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인사가 "책임 떠넘기기식"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 기아
회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룹에 대규모 인사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시작한 것은 16일 아침.
부도방지협약 적용과 함께 대대적인 자구노력계획을 발표한 뒤여서
기아그룹 대부분 임직원들은 이번에야말로 경영층을 일신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라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인사결과는 이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기산의 김성웅 회장 이신행 부회장, 아시아자동차의 조래승 부회장 김영석
사장, 기아특수강의 서순화 사장등 5명의 최고경영자만 고문으로 물러났을뿐
그룹과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없었다.
기아그룹은 이번 인사가 그룹경영에 직접적인 문제가 된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인사로 최고경영진이 문책된 계열사 임직원들은 크게 격앙된
표정이다.
그룹이 부도방지협약에 걸려들어 좌초 직전에 놓였는데 단일사 문제
보듯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80년대 초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겼던 기억을 벌써 잊었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누가 누구를 탓하느냐"며 그룹과 기아자동차에 불만을
쏟아놓고 있다.
인사 문제의 발단은 15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부터.
참석한 한 계열사 사장이 "이번 문제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회의의 모든
참석자(김선홍회장 포함)들이 사표를 내고 백의종군하자"고 제의했으나
아무도 "재청"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 얘기가 밖으로 새 나온데다 인사결과마저 예상과 거리가 멀게 나오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문책을 당한 인사들은 인사에 대해 "이건 아닌데..."라는 반응이다.
자신만 책임진 것이 억울하다는게 아니라 "이래서야 어떻게 그룹을
살리자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느냐"는 아쉬움이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이번 인사가 기아의 마지막인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17일 기아그룹의 분위기는 15일 부도유예선고를 받았을 때보다 더욱
가라앉은 분위기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