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방지협약 대상으로 빠져든 기아그룹이 정부와 채권은행의 발언을 놓고
크게 고민하고 있다.

현재 정부 일각과 채권은행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기아자동차를 포함해 그룹 전체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것과 그룹의
몸체인 기아자동차만 살리고 나머지 계열사는 매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기아자동차만 살리더라도 지금은 최고경영진은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3자 인수가 방향이라면 기아그룹으로서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

그러나 기아자동차만 살리라고 할때 기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임창열 통상산업부장관과 유시열 제일은행장이 잇따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아자동차와 계열사는 떼어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발언을
볼때 지금으로선 기아문제의 해결방향은 기아자동차만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느낌이다.

이 경우 몸통만 남기고 팔다리는 다 잘리게 되는 기아측으로서는
망설여지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까운 아시아자동차=기아그룹 임직원들에게 아시아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와 한몸이나 다름없다.

76년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이 인수한 후 두 회사는 형제처럼
성장해 온 처지다.

게다가 프라이드나 중소형상용차등 기아자동차의 일부 브랜드를
아시아자동차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는등 두회사의 공존양상은 계열사이상의
것이다.

기아그룹의 경영진에서 아시아자동차의 매각을 자구노력의 "마지노 라인"
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뒤집어 말하면 "이 회사만은 제발 팔지 말아야 할텐데"라는 뜻인 것이다.

따라서 기아의 희망사항은 아시아 자동차의 처분이 아니라 공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여건은 그렇지가 않다.

아시아자동차도 경영이 부실하지만 더욱 부실한 기아특수강등을 매각하려면
아시아를 끼워파는 형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진 퇴진=기아가 부도유예 사태에 이르면서 정부및 은행권 일각
에서 최고경영진이 현 상황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에도 간간히 있었던 것이지만 기아의 위기상황을 맞아
그 톤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나 은행 관계자 겉으로는 모두 "지금 당장 퇴진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으나 대체로 최고경영진의 퇴진을 그룹 자구노력의
선결조건으로 삼고 있다는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최고경영진 퇴진과 더불어 새 인물이 들어선다는 확신이 있어야 기아의
회생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아그룹은 아직 최고경영진의 퇴진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및 채권은행단의 요구와 기아의 입장이 계속 상충될 경우
기아의 정상화는 난관에 부딪칠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성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