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장거리 전화회사가 기발한 이름으로 한 몫을 잡고 있어 화제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KTNT.

이 회사는 KTNT 외에 여러가지 괴상한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아무데나"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등이 그것.

미국에서 교환을 통해 장거리 전화를 걸면 어느 회사를 택할 것이냐고
묻는다.

이때 약 97%가 장거리 전화업계의 빅3인 AT&T, MCI, 스프린트중 하나를
선택한다.

나머지 3%는 보통 "아무데나요"라고 대답한다고.

KTNT의 표적이 바로 이 "아무데나" 파다.

특정 전화회사를 지정하지 않는 3%의 무관심을 자신의 몫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물론 신청인들은 "아무데나"라는 회사가 진짜 있으리라곤 꿈에도 알리 없다.

월말에 "아무데나"사가 보낸 청구서가 날아들고 나서야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더구나 AT&T등 대형업체보다 이용요금이 3분의2 가량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더욱 분통을 터뜨리게 된다.

KTNT의 이런 "잔꾀"에 대해 관련당국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리노이주의 검찰총장 제임스 라이언씨는 "소비자를 혼란시킬 우려가
있는 회사명을 사용하는 것은 사기 미수에 해당한다"며 "이는 엄연한
"사기성" 행위"라고 주장한다.

4월초 플로리다주의 공공서비스 감독기관도 이러한 이름으로 영업허가를
신청한 KTNT에 대해 허가를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KTNT의 행위가 불법은 아니라는게 법률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청인은 어쨌든 특정회사를 지정한 바가 없고 따라서 교환원이 어떤
회사와 연결시키더라도 할말이 없다는 것.

사실 지금까지 비싼 요금 때문에 이의가 제기된 경우는 있었지만 마케팅
전략 자체를 걸고 넘어진 케이스는 없었다.

KTNT 역시 어떠한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아무데나"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KTNT라는 회사명 때문에 적지않은 피해를 봤다고 주장
한다.

대형업체 AT&T와 발음이 워낙 비슷하다보니 진짜 KTNT를 택한 경우에도
AT&T로 연결되기 일쑤였다는 것.

이런 형편에 간신히 찾아낸 "살길"을 위해서라면 일부의 손가락질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현재 텍사스 장거리 전화시장의 약 0.5%를 차지하고 있는 KTNT는 이 기회에
사업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 회사의 데니스디즈 사장은 "언젠가는 AT&T에 필적하는 거대 전화회사로
등극할 날이 올 것"이라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