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를 위한 변명" (문학과지성사, 우리시대의 지성시리즈 5권)을 냈다.
그가 말하는 소수란 다수로부터 소외된 나약한 소수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사회에 맞설 때 궁극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곳에선 개인의 멸종위기가 닥친다고
경고한다.
개인이라는 존재를 보지 못하고 인류라는 추상적 개념을 앞세우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너그러움"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새롭게 해야 할 사회적 준거틀"에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는 사교육비 지출과 과외망국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현행
입시제도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과외수업과 부정입학이라는 암시장 덕을
크게 입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보철강 부도사태를 "콩코드 오류"라는 심리학 용어로 풀이하면서
기술적으로 뛰어났지만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었던 초음속 여객기
개발처럼 "투자를 많이 했으니 지금 그만둘 수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꼬집는 대목도 나온다.
금융개혁도 시장개방에 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밖에 한국은행의 독립방안과 재정보고제도의 개선, 김현철씨
사건, 대통령후보들의 정견, 헌법재판소의 비합리적 결정 규칙 등
우리사회의 현안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