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으로 성장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신약개발은 매출액과 직결된다.

신약출시가 뜸하면 어느새 소비자로부터 잊혀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약하나를 개발하는데 적게는 1억달러에서 최고 4억달러까지 막대한
비용이 듦에 따라 최근들어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붐이
일고 있다.

지난 95년 영국계 제약회사인 그락소와 웰컴이 자산가치 1백48억달러의
합병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의 산도스와 시바가이기가 2백70억달러의 사상최대
제약기업합병을 이뤄 "노바티스"라는 거대기업을 만들어냈다.

지난 5월에는 매출액 세계10위의 스위스 로슈가 독일의 뵈링거만하임과
미국의 드퓌를 인수해 세계6위의 제약사로 껑충 뛰어올랐고 진단시약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밖에 파마시아와 업존, 스미스클라인과 비참(SKB), 훽스트와 마리온및
루셀(HMR)이 합병됐다.

이밖에도 신약개발추진을 위해 해외현지법인을 판다든가 특정사업부를
다른 제약업체에 떼어 파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벤처기업을 완전 또는
부분인수해 신약개발에 강력한 추진로켓을 다는 경우도 많다.

세계 10위권에 드는 제약업체인 그락소웰컴 머크 노바티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프(BMS) 화이자 아메리칸홈프로덕트(AHP) 로슈
존슨&존슨 스미스클라인비참등은 신약을 신제품으로 내놓느냐 마느냐에 따라
매출액의 증감이 심해 순위가 해마다 바뀌고 있다.

부단한 신약개발노력이 지속되지 않는한 부동의 1위란 있을수 없다.

한편 아스트라나 애보트등은 개발된 신약의 히트로 세계 20대 기업으로
급부상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3년여전부터 일기 시작한 세계적 제약업체간의 인수합병바람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의료보장축소에 따른 의약품구매감소가 첫째요인이다.

둘째는 연구개발비의 폭증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을 도탄에서
구원해내고 경쟁업체의 덩치가 커짐에 따라 생기는 위기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다.

그렇지만 매년 2~3종의 신약을 내놓지 않는다면 망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세계 10위권의 제약업체들은 업체당 매년 10억~20억달러수준의
돈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합종연횡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생존경쟁의 현장은 연구소에서 벌어지고 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