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의 르네상스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우수한 상품개발 못지 않게 해외
시장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수출전략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우리 수출상품중에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와
마케팅전략의 부재로 해외시장에서 홀대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74개국 해외무역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시급한 수출증대 대책으로 가격경쟁력 제고에 이어
마케팅강화가 꼽혔다.

세계주요시장의 최근 수출동향과 마케팅전략을 알아본다.

[[ 미국 ]]

지난해 1백16억달러를 기록한 대미무역적자는 올들어서도 4월말 현재
4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5년 3.3%에서 96년 2.9%, 올
1.4분기에는 2.5%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소매유통망 진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지난 96년 6백억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기록한 월마트의 경우 한국제품
구매액이 2억달러에 불과할 만큼 한국제품의 미국 유통망 진출은 취약한
상황이다.

이와함께 한국기업 스스로 직판점을 설치해 중간유통단계를 줄여나가는
전략과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연간 2천억달러를 웃도는 미국의 정부조달시장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국내기업의 미국 정부조달시장 참여규모는 작년의 경우 4억달러에
그쳤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정부조달협정 회원국이 됐으므로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국기업과의 하청계약을 통한 간접적인 참여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지 정부조달전문 법률회사와의 에이전트
계약도 필요하다.

셋째로 약 2백만명에 달하는 현지교포를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 봄직하다.

미국교포중 상당수가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들을 통해 수입선을
한국으로 전환토록 유도하면 상당한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끝으로 정보통신산업 부문에서는 미국의 중소규모 정보통신업체들이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을 상당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이들과
한국기업간의 제휴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중국 ]]


대중국 수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0%의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올
1~5월중에도 26.2% 증가했다.

이에따라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최대의 수출시장으로 부상했고
무역수지면에서도 최대의 흑자대상국이다.

특히 중국은 12억에 달하는 인구로 거대한 잠재구매력을 갖고 있는데
세계은행 등에서는 오는 2020년이면 중국의 GDP가 20조달러에 달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중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플랜트수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은 9차5개년 계획기간중 기계 건설 유화 전자 자동차 환경산업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중이므로 이 분야의 산업설비에 대한
시장개척이 유망하다.

또 중국내 14만여 외자계 기업의 원부자재 수요와 최근 한창 일고 있는
건설붐에 따른 건자재 수요도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다.

이와함께 중국의 소비수준 향상과 내수시장개방에 대한 적극적
마케팅노력도 요구된다.

그러나 중국 소비시장은 아직은 미성숙시장인데다 지역간 유통장벽이
높고 모조품이 판치는 시장이므로 시장진입단계부터 주도면밀한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내에서도 지역별 계층별로 소비문화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우선 대도시에 마케팅활동을 집중한 후 시차를 두고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을
공략하는 "방사형 다변화"전략이 효과적이다.

[[ 일본 ]]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시장여건은 양호한 편이다.

해외투자와 고령화사회의 진전에 따른 일본내 생산기반 약화로 수입시장
규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 예측에 따르면 일본의 수입은 96년 3천5백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8천6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우리 상품의 진출여지는
넓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일본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우선 일본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전시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시회참가는 수출계약 성사라는 직접적인 성과외에도 제품홍보, 신기술
동향파악, 시장트렌드 확인 등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일본내 전시회 참가횟수가 12회로 우리의 두배나
됐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또 일본업체들이 부품류의 해외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으므로
이 분야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키고 해외에 진출한 일본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일본시장에 대한 우회수출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일본의 미래성장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보통신 건자재
실버산업 등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오는 2010년까지 일본의 정보통신시장은 1백25조엔, 건자재시장은
40조엔, 실버용품시장은 2조7천억엔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중 일본의 정보통신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관련 전시회참가를 확대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한 홍보강화 전략이 지름길이다.

또 건자재의 경우 JIS 등 관련 규격및 인증의 획득과 함께 카탈로그
제작 등 홍보강화가 급선무이고 실버용품은 일본인 체형에 맞는 상품개발,
관련 전시회참가 및 시장개척단 파견 등이 주요 전략이 될 수 있다.

[[ EU ]]

대EU 수출은 지난해 1백5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올 1~5월중에는 6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9% 감소했다.

이처럼 대EU 수출이 부진한 것은 EU의 최대시장인 자본재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게 가장 큰 이유다.

기계류의 경우 일본업체들은 EU시장에서 18%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대만업체도 1.5%를 점유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업체들은 최근에야 겨우
1%대에 올라섰다.

이와함께 섬유 신발 등 과거의 수출 주종품목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도 대EU 수출감소 요인이다.

이같은 요인을 극복하고 대EU 수출을 다시 늘리려면 우선 현지 유통망을
뚫는 노력이 시급하다.

특히 유럽소비자들은 대형 유통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까르푸
등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와함께 신상품 및 디자인개발을 강화해 유럽의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요즘 사양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완구나 식기류 등 경공업제품도
독창적인 제품컨셉트와 디자인만 갖추면 얼마든지 바이어를 끌수 있다.

또 EU정부조달시장에 대한 진출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정부조달협정 가입에 따라 금년 7월1일부터는 한국업체들도 2천억달러에
달하는 EU내 정부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유럽소비자들은 상품을 고를 때 국가이미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 러시아/동구 ]]

지난해 러시아와 동구권에 대한 수출은 전년대비 56.1%나 증가한
48억달러, 무역수지는 21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러.동구가 효자시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러.동구 수출은 연평균 25%정도 증가해 2000년에는
1백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지역에 대한 수출확대 전략으로는 우선 브랜드 인지도와 국가이미지
제고가 핵심이다.

동구권의 경우 TV광고없이는 시장개척이 어려운 형편이며 러시아쪽도
TV광고가 매출에 직결되고 있다.

또 이 지역 바이어들은 단기딜리버리와 소량주문, LC거래 기피 등 독특한
거래 관행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수용하기 위한 효율적인 상품공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러.동구도 서구처럼 하이퍼마켓 등 현대식 대형
유통체인점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인 점을 감안, 창고형매장 같은
유통업진출을 통해 한국상품 판매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 대러.동구 수출은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비중이 76%에 이를만큼
품목이 편중돼 있는데 국별로 유망품목을 발굴, 수출상품을 다양화할 경우
수출확대 여지가 매우 크다.

또 러.동구권에서는 사회간접자본의 급격한 확충이 예상되고 노후
산업설비의 개체수요도 막대하므로 각종 플랜트와 건설중장비 등의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이 요망된다.

아울러 올연말까지는 불가리아 폴란드 등 대다수 국가들이 정부조달협정에
가입할 예정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