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알선업자인 정수명씨(38.가명)는 중소기업 K상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은행직원으로부터 지점장 직인이 찍힌 지급보증서와 K상사가 발행한
당좌수표를 받았다.

그후 K상사의 부도로 정씨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은행직원이 사인간에
이뤄진 금전대차를 은행직원이 지급보증한 것에 대해 은행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 사례 =지난해 1월24일 국공채매입업(사실상 사채알선업)을 영위하는
S기업의 대표인 정수명씨는 K상사(대표이사 장철민)가 A은행의 지점이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는 조건으로 급히 돈을 차용하려 한다는 소문을 다른
사채업자에게서 들었다.

정씨는 즉시 대리인을 보내 A은행 지점장실에서 K상사가 발행한 액면금액
15억원의 당좌수표가 첨부된 지급확인서를 은행의 최병건 차장(40.가명)
으로부터 교부받은후 K상사에 15억원(자기앞수표)을 빌려줬다.

정씨는 대여금의 변제기일인 2월2일 최차장으로부터 K상사에 대한 대출
취급이 지연되고 있으므로 변제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9일까지
기한을 일주일 늦췄다가 다시 12일까지 3일간 추가 연장해줬다.

또 12일에 대여금중 일부(13억5천만원)를 상환받고 기한을 28일까지로
재연장했다.

한편 최차장은 28일 K상사 장철민 대표와 함께 정씨를 찾아가 지급확인서
상의 대여금및 당좌수표 금액을 2억8백75만원(원리금 합계)으로 수정하고
대여금의 변제기일을 3월5일로 연장했으나 그때까지도 대여금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에 따라 정씨는 은행을 상대로 지급확인서상의 대여금잔액(2억8천75만원)
의 변제를 요구했다.

<> 조정결과 =분쟁의 쟁점은 민법상 최차장의 지급보증행위가 표현대리에
해당돼 은행이 보증책임을 져야 하는지와 만약 표현대리가 아니라면 은행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로 요약된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개인으로부터 돈을 직접 차용하거나 사인간의 금전소비
대차에 대해 지급보증하는 경우가 없을뿐만 아니라 지급보증을 한다해도
보증의뢰인으로부터 지급보증신청서를 징구하고 보증의뢰인 보증상대처
보증금액 보증기간 등 일정한 양식을 갖춰 보증서를 발급해야 한다.

하지만 정씨의 주장과 달리 정상적인 지급보증절차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정씨가 금융거래에 정통한 보험회사직원 출신으로 이미 대여금의 용도를
알고 있었으며 대여금에 대해 매일 0.3%(연 1백9.5%)의 비정상적인 이율을
적용했다.

따라서 최차장의 지급보증행위는 정당한 직무집행행위에 해당되지 않아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민법상 표현대리로 볼수없으며 은행은 사용자
로서의 배상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한다.

<정한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