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이라는 단어는 이제 빛바랜 표어가 되어 가난했던 지난날을
향수케하는 기억의 한 모퉁이로 스러져 버렸는 지도 모른다.
미래의 행복을 가슴에 품고 꼬깃꼬깃 저축의 즐거움 하나로 일상의
부족함을 이기던 그 성실함마저도 옛 이야기로 치부되고 소비가 미덕인 양
치부되는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짧은 시간의 많은 노력끝에 곤궁의 늪에서 헤어나
이 만큼의 풍요를 향유하게 되었고 작게나마 경제적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만족하기에는 이르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제껏 쌓아온 부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노력없이 마냥 소진하기에는
결코 우리가 가진 재화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소비대상이 다양해졌으며 인구가 노령화됨에 따라
저축보다는 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크다.
또한 소비자할부금융의 발달은 미래의 소비보다는 현재의 소비를
선호하게끔 소비자들을 유혹할 것이다.
이러한 소비지향적인 흐름은 쉽게 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현실들이 우리 부모들의 숭고한 근검절약 정신이 일구어 낸 소중한
열매를 일순간에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어쩌면 작은 성공에 안주하려는 나태한 마음, 지나친 과시욕으로 얼룩진
과소비 풍조가 오늘의 경제불황을 몰고 온 근본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우리의 부모가 그러했듯이 다시금 미래를
위해 새롭게 근검절약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준비하는 신근검절약은 허물어져가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