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향해 달리고 있는 "홍콩 쾌속열차"가 1997년 7월1일 주권반환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지난 후에도 순조로운 운항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홍콩의 장래에 대해 필자는 기본적으로 홍콩은
반환이후에도 지금까지와 같은 국제금융센터, 가공무역, 중계무역항이라는
지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 본다.

하지만 성격 면에 있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므로 지금까지의 자유주의적인 요소가 퇴색되면서
인치적 요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홍콩반환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중국이 취해 온 제반조치의 흐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홍콩사회가 점차 중국화되고 있다는 몇 가지 징후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지적할 수 있다.

우선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는, 중국은 반환과 동시에 홍콩 최후의 총독인
"패튼"의 선거개혁안에 의거해 선출된 각종 평의회를 해산시키고 대신
제1기 입법회의를 구성하기까지의 공백기간을 메우기 위해 임시 입법회의를
설립했다.

반중국파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세력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는 각종
평의회를 해산시키는 것은 종주국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중국측의 제조치에 대해 적지않은 홍콩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경제적 측면에 있어서의 홍콩의 중국화 역시 이미 상당 정도 진전돼 있다.

단편적인 예로 96년 상반기 현재 공식적으로 허가된 홍콩에 있는 중국계
기업은 1,800여개에 해당한다.

이들 홍콩 주재 중국기업의 경제활동이 홍콩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무역총액의 22%, 은행예금의 23%, 보험수입의 21%, 화물 수송량의 22%,
중국에의 여행업무의 50%, 건설 프로젝트의 12%, 주식시장에서의 시가
평균액의 5%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홍콩경제와 중국경제의 일체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문화면에 있어서의 홍콩의 중국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홍콩의 언론매체들이 중국자본 혹은 중국계 화인자본에게
매수되고 있다.

"South China Morning Post"가 친중국계인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곽학연에게 매수된 것을 비롯해 "백성", "광각종", "Fast Eastern Economic
Review", "Asian Week"등의 매수가 그 예이다.

뿐만 아니라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언론매체 스스로가 보도의 자유를 극히
자기규제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반환을 앞두고 홍콩을 떠나는 이민 역시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1980년에서 1996년까지 17년간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홍콩인구
630만명의 약 10% 가까이가 캐나다 미국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으로 떠났다.

물론 이 가운데는 홍콩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두뇌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으로부터의 노동력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은 1일 150명을 상한으로 하는 중국에서 홍콩으로의 이주자
할당제한에 대해 합의하고 있고, 그 외 공무여권을 가진 6만명 이상의
본토에서 온 간부직원이 중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홍콩인들의 해외이주와 중국인들의 홍콩이주의 물결은 영어의 사용이
줄어들고 대신에 중국어가 그 자리를 메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홍콩기본법에 홍콩 특별행정구의 공용어는 중국어이고 영어도
사용할수 있다고 규정한 것에서도 잘 알수 있다.

실질적으로 많은 소학교에서 "보통어"(북경어)의 수업을 시작하고
있다.

한편 10만명 이상으로 추계되는 중국에서의 불법이주자에 의한 범죄 역시
급증하고 있다.

1995년의 통계에 의하면 불법이주자에 의한 강도및 도난사건이 전년비
각각 3.0%, 87.9%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비율의 증가는 부정.부패의 만연과 더불어 홍콩을
중국식의 인치의 사회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변화에도 불구하고 홍콩이 가지는 대중국 비즈니스의
교두보 역할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최소한 향후 20년간은 법제도 정비, 하드및 소프트 부문의 인프라
정비면에서 홍콩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지위를 대체할만한 지역이 부상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만간 실현될 중국의 WTO가입과 이로인한 내수시장의 개방이
더욱 확대되게 되면 홍콩의 이러한 잠재력은 거대한 중국대륙과의 밀접한
연계 속에서 광동성.복건성 등 중국의 남부와 대만,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화남경제권의 결속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중국본토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소이
대중화경제권으로 재편할 전망이다.

그러면 이러한 제움직임에 대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중국식 풍토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홍콩의 중국화로 인해 "법치의 홍콩에서 인치의 홍콩"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우선 중국계 기업들과의 관계정립에 한층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많은 화인기업들이 "게임의 법칙"이 바뀜으로 인해 이제는
홍콩 정청이나 영국계 기업이 아닌 "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정부나
중국계 기업과의 유대관계에 힘을 쏟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화경제권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적극으로
공략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