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으로서의 미니멀회화전"이 7월2~3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스페이스 서울(737-8305)과 관훈동 학고재(739-4937)에서 열린다.
미니멀리즘은 60~70년대 미국 현대회화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 회화양식.
이번 전시회는 미국 추상회화의 근본정신이 광활한 풍경의 이미지와
감수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해석 아래 미국현대회화의 본질을 미니멀을
통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기획전이다.
전시작은 프랭크 스텔라, 도널드 저드, 아그네스 마틴, 로버트 맨골드,
로버트라이만, 리처드 터틀 등의 대표작 15점.
이가운데 특히 5점을 내놓은 아그네스 마틴은 97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공로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 다시 한번 세계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Gur"는 도널드재단이 소장중인 작품으로 유명한
"띠"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미니멀이란 말 그대로 표현을 최소화한 회화양식.
심상풍경으로도 읽히는 미니멀은 또 "여백미의 지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조선시대 유교미학과 일맥상통, 우리 정서와도 잘 부합된다.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은 소박한 색감과 직선을 사용, 다분히 명상적이며
시적인 느낌을 준다.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차분하지만 기계적인
완벽성보다 은근한 내면의 미학을 추구하면서 깊은 사유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점이 특징.
원이나 타원형의 곡선을 선호하는 로버트 골드맨은 강한 색상을 사용해
물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새겨넣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그의 작품은 원만하게 펼쳐진 원과 직선의 완벽한 조화가 이뤄내는
균형미가 일품이다.
로버트 라이만은 캔버스를 온통 흰색으로 장식하는 작가.
궁극적인 것과 절대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그의 그림은 무엇을 나타내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한것.
반복되는 띠모양의 작품을 보여주는 프랭크 스텔라는 자신의 그림에서
어떠한 이미지나 환상도 보지 말고 오로지 보이는 그대로 보고 느끼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고 거기서 가장 기본적인 미적 질서를 느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도널드 저드는 박스형의 구도를 통해 회화와 조각,
예술과 사물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인위적인 경계의 무의미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은색과 빨강을
완벽하게 차별화시켜 경계를 나타낸다.
아트스페이스 서울 이주헌관장은 "미니멀은 단순한 형상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정신적 밀도를 표현한 작품"이라며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장대한
스케일을 바탕에 깔고 있는 미국정신의 한 단면을 살펴볼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