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을까''

셸사의 사고소식을 접한 국내 유화업계의 첫 반응은 이같은 반문으로
시작됐다.

지난 94년 세계적 대형 유화공장들의 잇따른 폭발사고로 예기치 못했던
특수호황을 누린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내 유화업계는 미국이나 유럽의 잉여물량이 동남아로 몰려올
때마다 고전했던 아픈 기억을 저마다 갖고 있다.

모회사 관계자는 "사고가 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국내 유화업계로서는
모처럼 접한 호재"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 셸사의 이번 사고가 아시아지역과 국내유화시장에 어느정도
여향을 미칠까.

현재로서는 수급차원이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 경기활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셸사 텍사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
연 1백만t.

국내 유화업계 전체 생산능력의 4분1정도에 불과하다.

세계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분명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계약을 하는 미국 유화업계의 관행에 비춰 볼때 이정도
물량이면 충분히 미국내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내 업계는 특히 올들어 상승세를 타던 합성수지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시점에 셸사의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을 호재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t당 8백80달러까지 치솟았던 PP(폴리프로필렌)의 경우 미국이
지난달부터 프로필렌을 동남아로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7백50달러
까지 내려간 상태이다.

이런 내림세가 이번 사고로 주춤해지고 오히려 상승세로 반전할 수 있을
것이란게 업계의 기대인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아직 본격적인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지난 94년처럼 적어도 연산 80만t 이상짜리 4개 정도가 가동이 중단돼야
호황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어쨌든 셸사의 이번 사고는 내림세로 돌아섰던 아시아 유화경기에 새로운
불을 댕기는 역할을 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공급과잉 상태만 믿고 ''바닥치기''만을 기다렸던 바이어들이 더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이 모처럼 맞은 이 호기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