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싼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와 당내 최대 세력인
정치발전협의회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전면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다.

이대표측이 23일 정발협고문인 황낙주 전국회의장을 영입하고 정발협
일부회원들로 하여금 이대표 지지선언을 유도하자 정발협측이 즉각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발협은 이날 이대표측의 불공정 경선사례를 발표, 대표직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정발협의 경선후보 선택대상에서 이대표를
배제하는 한편 대표불신임 및 사퇴서명운동과 당무거부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이날 오전 잇달아 열린 정발협 상입집행위와 확대 간부회의가 그 어느
때보다 굳은 분위기속에 진행된 것만 보더라도 이대표측에 대한 정발협측의
일전불사 의지의 강도를 짐작케 했다.

회의에서 황전의장을 고문직에서 제명키로 하고 이대표의 즉각 사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대표불인정 선언 및 당무거부 대표직무정지요청 등
단계적 수순을 밟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의에서 특히 오는 7월초 지지후보 선언을 앞두고 경선후보들을 저울질
하고 있는 정발협이 이대표를 낙점대상에서 배제키로 의견을 모아 이대표
대 반 이대표진영의 극한대결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석재 의장의 회의 브리핑은 이대표에 대한 정발협의 현재 생각을
함축하고 있다.

서의장은 "자칫 정권재창출이라는 목표달성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며 "이처럼 심각한 갈등국면이 조성된 것은 이대표의 대표직을 이용한
불공정 경선운동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대표는 취임이후 단 한차례로 당과 국가를 위한 헌신의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었고 오로지 당내경선을 향한 선거운동만 해 왔다"고
몰아세웠다.

서의장은 "이같은 불공정상태가 지속된다면 비장한 결의로 이대표가
대표직을 이용해 얻은 이익을 상쇄시킬 수 있는 실천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오 기획단장은 이날 중립적이어야 할 당직자들을 자파지지자로 분류,
당의 중심을 왜곡해 경선관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등 모두
19가지 유형의 불공정 경선사례를 공개하면서 압박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대해 이대표측은 정발협의 공세에 개의치 않고 대세굳히기 총공세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정발협측이 제시한 불공정사례를 일방적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정발협
회원을 포함한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들에 대한 각개격파 드라이브를 밀어
붙이겠다고 천명한 점은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또 정발협의 당무거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공식
기구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에는 눈''이라는 강경대응 기조가
확고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하순봉 대표비서실장은 정발협이 제시한 불공정사례와 관련, "허무맹랑한
것을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일부 내용은 사실이나 통상적인
것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실장은 또 "당선관위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 지켜보면서 설득과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표측은 27일의 이대표 경선출마 공식선언대회에 전체 지구당위원장의
과반수를 대거 배석시키기로 하고 정발협은 물론 지구당위원장 접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대표측이 황전의장 외에도 정발협 회원중 이대표 지지를 표명한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김영삼 대통령 부재중이란 점을 감안, 일부러
발표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