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극장가에 다큐멘터리형 영화 바람이 거세다.

"꽃잎"의 장선우 감독이 거리의 10대 부랑아와 행려병자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나쁜 영화"가 7월26일 (대한극장) 개봉을 기다리는가
하면 미국의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의 활동을 담은 영화
"언지프 (Unzipped.열린 지퍼)"가 21일 (코아아트홀, 씨네하우스 예술관)
관객과 만난다.

"언지프"는 94년 가을컬렉션을 전후한 아이작 미즈라히의 생활을
고스란히 담은 정통 다큐멘터리 영화.

유명 패션사진작가인 더글라스 키브의 영화 데뷔작으로 95년 미국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미즈라히가 94년 봄 컬렉션에 대한 혹평을 읽으며 절망하는 광경으로
시작해 긴 고민끝에 주제를 잡는 과정, 컬렉션을 마친 뒤 언론의 호평을
접하며 기뻐하는 모습으로 끝맺는다.

나오미 캠벨,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포드, 케이트 모스 등 유명
모델이 등장해 눈요기감을 찾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컬렉션을 준비하며 디자이너가 느끼는 긴장과 창작의 고통이 뿌연
흑백화면에 잘 표현됐다.

"나쁜 영화" (제작 미라신코리아, 배급 대우시네마)는 "반 가공상태"의
다큐멘터리.

서울의 화양리와 이태원에서 지내는 10대들과 서울역앞의 실제 행려
병자들을 데려와 자연스럽게 연출해 찍었다.

제작사가 "이 두 그룹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밝히듯 시나리오도 없이 그들의 대화와 몸짓을
그대로 담았다.

찍어놓은 필름은 1백30시간 분량이며 이 가운데 2시간 분량만 편집할
계획이다.

장선우감독은 "배우들이 실제 가출과 본드흡입, 절도를 경험한 나쁜
아이들"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진 것과 영화가 어떤 가치판단도 없이
전개된 데 대한 일반의 평이 걱정스러운 듯 "당황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은 알아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바람을 가장 먼저 일으킨 영화는 5월3일부터 지금까지
롱런중인 "쇼킹 아시아".

프랑스와 홍콩 합작자본에 독일감독 (에머슨 톰스)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일본의 섹스산업과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으로 행해지는 성 전환수술 등
동양의 기이한 풍속을 모았다.

총 3편을 5만달러가 채 안되는 값에 사들였으며 (외화 평균 수입가는
최저 10만달러) 총 2백10분 분량을 90분으로 편집해 현재 1억5천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6월16일 현재 관객 25만명).

영화계각에서는 수입사 "월드 시네마"가 이번 편집에서 빠진 부분을 모아
2편을 기획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밖에 "산부인과" (제작 제이콤, 감독 박철수)와 "억수탕" (제작
제이콤, 감독 곽경택) 등 완전한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일관된 스토리보다
에피소드 나열식으로 전개되는 극영화도 나와 다큐멘터리 영화붐에
일조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6월16일 현재 7만3천명의 관객을 동원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억수탕"은 8월 중순 개봉될 예정이다.

제작사측은 이 두 영화를 "가십 시네마"라 이름 붙였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