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13만대로 불어난 내수재고 부담을 견디지 못해 또다시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내수부진에 따른 재고누증
으로 최근 승용차 생산라인의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쌍용 아시아 등 상용차메이커들은 지난 4월초 중단된 중.대형상용차
라인의 잔업을 2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재고소진을 위해 출혈 판매경쟁을 불사하고 있으나 내수
수요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일부 차종은 수출주
문조차 크게 줄어들어 정상조업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소하리공장 아벨라 생산라인의 조업을 2교대 20시
간에서 1교대 10시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아벨라 생산량은 하루 4백대에서 2백대로 절반이 줄어들었다.

기아자동차가 아벨라 생산라인의 조업시간을 대폭 줄인 것은 미국 포드
에 대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납품이 8월 중단되는데다 내수마저 극
히 부진한 탓이다.

기아의 조업단축 일정은 8월말까지로 돼 있으나 정상조업 재개는
상황에 따라 길어질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16일부터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의 잔업을
없애 하루 가동시간을 20시간에서 16시간으로 줄였다.

현대는 주말까지도 재고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경우 조업단축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의 조업단축도 내수부진과 함께 아반떼에 대한 수출주문이 크게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아시아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잔업을 중단한 중형및 대형트럭의
조업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쌍용자동차 역시 대형상용차
라인의 잔업을 주 2~3회 실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을 앞둔 성수기인데도 판매가 극히
부진한만큼 조업단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