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공예연구소 김용철(56) 소장은 평생을 옥과 함께 산 사람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16세때 부터 옥을 만지기 시작한 그는 이 분야
명장으로 인정받아 대가를 이루기까지 옥이외에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김소장의 호가 일석이라는 데서도 그의 고집스런 장인정신이 드러난다.

김소장의 옥공예품은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사람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김소장의 공예기법은
매우 독특하다.

치과에서 흔히 사용되는 초음파기재 등을 이용하는 독특한 노하우를
쌓았다.

옥을 다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않다.

정이나 끌로는 조각을 할 수가 없다.

일일이 모래가루를 묻혀 연마해야 한다.

나중에 물로 씻어내는 일도 큰 작업이다.

그가 고안한 장치를 사용할 경우 옥에 구멍을 만들거나 세척하는 시간이
절반정도로 줄어든다.

김소장이 개발해낸 또 다른 공법은 광을 내는 기법.화학약품을 사용해
유리알처럼 가공해낸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옛멋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의 미가 살아있는 한국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가공법은 현대화하되 멋은 옛 것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김소장의 작품은 국내외에 꽤 유명하다.

그가 만든 옥장도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영구소장품으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일본 도쿄시내의 백화점에도 그가 만든 제품이 전시돼 있다.

"전통공예제품이지만 예전의 방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현대적 기법도 채용해야지요"

김소장은 이제 후학들을 기르는 일에 전념할 생각이다.

한때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먹고 살기 어렵다"며 떠나버리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는게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