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지난 1월 태평양에서 거평그룹으로 "호적"을 옮긴 일이다.
둘째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임금인상과 단체협약을 회사측에 일임한 것이다.
회사를 병들게 했던 고질적인 노.사갈등에서 헤어나는 순간이었다.
회사 전체가 그야말로 일대 변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변신의 수술대에 서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서영수(51)사장이다.
서사장이 한주통산에서 거평패션으로 자리를 옮기던 지난 1월, 회사는
"매너리즘"이란 독성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
인사정체까지 겹쳐 직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우선 디자이너들의 파워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나서 영업력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서사장 부임 당시 거평패션은 전국에 8개 지점과 5개 출장소를 두고
있었다.
지점과 출장소의 차이는 단순했다.
최고책임자가 과장이면 출장소, 부장이면 지점이었다.
그러나 "실적"면에서는 출장소가 오히려 앞서 있었다.
서사장은 출장소를 모두 지점으로 바꿔 손익계산체제로 전환시켰다.
각 지점에서 얼마의 순익을 올렸는지 파악해 수익성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마케팅"쪽에도 메스를 가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브랜드 로고를 현대적 감각에 맞는 컴퓨터
활자체로 바꿨다.
그리고 5개브랜드별로 컨셉트를 다시 잡았다.
"컨셉트를 정확히 잡지 않은채 잘 팔리는 물건만 쫓아다니다가는 브랜드가
생명력을 잃고 결국 제품은 시장에서 밀려난다"는 그의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벌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패션내의 시장공략을 위해 대표선수로 내세운 브랜드 "렛쎄스"의 매출이
작년동기대비 3백%씩 폭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목표 1천억원 달성은 문제 없을 것 같다.
시장에서도 거평패션의 변신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서사장이 사령탑에 오르기 직전 주당 4천원대 머물던 주가는 7천원대까지
수직상승했다.
5개월만에 무려 75%나 치솟은 것이다.
거평패션 변신의 표적은 "토털패션"에 맞춰져 있다.
속옷은 물론 겉옷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서사장의 전공도 "겉옷"이다.
80년대초 "리바이스"를 국내에 도입, "진패션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서사장이었다.
이제 그 열풍이 거평으로 옮겨붙을지 패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