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의 신분으로 수맥을 찾아 다니고 집터나 묘자리를 잡아준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임응승(75) 신부.

그는 ''신비의 추''라고 불리는 동전 하나를 갖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수맥을 족집게처럼 집어내 주위를 놀라게 한다.

전파탐지기로 수맥을 찾아내지 못한 지역에서도 그의 추가 흔들리는 곳을
파보면 어김없이 물이 펑펑 쏟아지곤 했다는 일화가 수없이 많다.

그는 처음에 수맥만 찾다가 점차 수맥이 물체나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건강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이후부터는 집터 산소자리도 잘 잡아주어 ''신부지관''이란 말까지 듣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신부가 복음전파는 안하고 엉뚱한 일만 하고 다닌다는 비판과
함께 미신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를 찾고 불행에 처한 이웃의 아픔을 보살피는 이 일이
''주님이 주신 달란트''라는 소명의식으로 비판을 버텨냈다.

50여년을 한결같이 이 일에 매달리다 보니 이제는 풍수지리의 대가로
대접받고 있다.

요즘에도 그는 평일엔 수맥 집터 묘자리 찾기에 나서고 토요일에는 부동산
풍수강연과 함께 환자를 진료한다.

84년 환자를 첫 진료한 이후 지금까지 진료한 환자는 4천5백여명.

이들 환자는 병명도 잘 몰라 병원에서도 두손 든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신림동 순천학회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그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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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유대형 < 사회2부 기자 > ]

-수맥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17세때였던 1937년 동성상업학교 을조(신학교) 은사였던 신인식 신부
에게서 수맥찾는 법을 배웠습니다.

신부님이 회중시계를 추로 삼아 우물을 찾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운후
여름방학에 집(황해도 은율)에 내려가 추를 만들어 집앞에 있는 우물로
시험을 해보았더니 흔들리더군요.

그후 이리저리로 불려 다니며 우물을 찾아주다가 지금에 이르게된 것이지요"

-수맥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수맥은 살아있는 물인 생수가 흐르는 곳입니다.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지하 9~10m에 있습니다.

지표에서 물이 수맥까지 침투해 들어가는 기간은 20여일 정도 걸리고
두터운 지층을 통과하는 동안 웬만한 독성물질은 다 제거됩니다.

1년내내 13~14도를 유지하고 맛이 좋아 물중에서 으뜸으로 치지요"

-수맥을 찾을때 갖고 다니시는 "신비의 추"라는 것이 있다던데.

"사람들이 제가 물을 잘 찾아내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 같은데 특별한
재료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정성이 깃들인 마음가짐과 정신력이지요.

돌멩이라면 밤알만한 크기의 것이 적당하고 5백원짜리 동전정도의 것이면
안성맞춤입니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잡고 탐지하려는 수맥을 깊이 생각하며 걸어가면
수맥이 있는 곳에서 추의 반응이 옵니다"

-전국에 안다니신 곳이 없겠네요.

"전방의 산악지대에서부터 전라도 해안가까지 제 발길이 안 닿은 곳이
없습니다.

특히 전라도 고흥에서 농업용수로 쓸 수맥을 2백50군데나 잡아 주고
돌아오는 길에 소록도에 들러 22곳의 수맥을 찾아 주었을때 그곳 주민들의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시내의 온천 7~8곳과 "김삿갓"을 생산하는 보해의 장성공장 자리 등도
제가 잡아준 것입니다"

-수맥은 인간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살수 없듯이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수맥을 통해 흐르는 물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입니다.

하지만 수맥은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맥이 축사밑으로 지나가게 되면 가축들이 심하게 앓거나
떼죽음을 당하고 기계 밑을 통과하면 기계고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 수맥이 통과하는 지역은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일어나고 건물이
균열현상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무너지기까지 합니다.

수맥이 통과하는 자리에서 잠을 잘 경우 원인모를 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요"

-신부님은 집터나 묘자리 찾는데도 능하다고 하던데. 명당이란 어떤 곳을
말합니까.

"수맥을 찾다보니 자연히 인간과의 관련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때부터 이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집터나 산소자리도 분명히 좋고 나쁜 곳이 있어요.

다년간의 현장답사를 통해 저는 이것이 결코 미신이나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향이 좋아 양지바르고 경관이 좋아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 좋은
자리입니다.

이런 곳은 수맥이 안지나가고 토지의 질도 좋지요.

대개의 경우 집을 지을만한 자리엔 무덤을 써도 괜찮습니다.

우리나라 묘지의 70%가량이 나쁜 자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무덤위나 수맥위에 집을 지을 경우에도 입주자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집체에 균열이 생기거나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몇해전 무너진 삼풍백화점 자리도 무덤이 6곳이 있었고, 두차례
화재가 일어난 충남방적 공장도 10여개의 무덤이 있던 자리입니다"

-"풍수는 미신"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부님이 이 일을
하실때 교단이나 신도들의 반대가 컸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반대가 대단했습니다.

신부가 복음전파는 안하고 엉뚱한 일만 하고 다닌다는 비난은 물론이고
미신시비에까지 휘말리기도 했지요.

심지어는 신부를 그만 두라는 압력까지 받았읍니다.

하지만 저는 악마를 쫓아내신 예수님도 부마자로서 마귀를 쫓아내신다는
오해를 받아야 했던 성례를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습니다.

자연의 질서를 세우신 주님의 뜻을 찾고 불행에 처한 이웃들의 아픔을
보살피는 이 일이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반대는 잦아들었지요"

-질병도 고쳐 주신다고 하던데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습니까.

"한 15년 됐습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인데 우환이나 질병도 마찬가집니다.

그 한 원인중에 무시할수 없는 것이 수맥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지요.

신비의 추를 들고 사람의 몸을 짚어나갈때 아픈 곳에서는 느낌이 옵니다.

저한테 온 환자들중 상당수가 수맥이 지나가는 곳에 잠자리를 두었는데
침대위치를 바꾸거나 동판을 까는 등의 처방을 한후 대부분 병이 나았지요.

84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