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순 <송파구청장>

10여년전 원로시인 한분이 권해서 읽어본 이 책이 늘 가슴속에 남아있다.

러시아 태생의 사상가 베르자예프는 그 풍부한 지성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비참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비인간화가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인간은
이미 자기가 만든 기계의 주인이 아니며,현대문명이 인간의 내면생활을
파괴하고 있으며, 규격화된 대중과 집단은 더욱 비인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시대상황의 변화와 혼미는 우리의 기본적 삶의 신념만이
아니라 일상적 생활양식의 유지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인간을 상품가치로밖에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비인간적인 경제과정의 노예가 되고만 인간을 회복하는 길은 무엇인가.

자유란 곧 정신이며 정신은 곧 자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물질세계에 침전되면 될수록 자유는 점점 희박해지고
반대로 사색이나 양심의 작용같은 내면적 정신활동에 따르면 따를수록
자유는 점점 더 윤택해진다.

그러나 물질문명은 인간을 돌이킬수 없는 야수주의로 몰아넣고 있다.

되풀이되는 전쟁을 치르면서 생성된 인간에 대한 야수적 잔인성이
우리시대의 현저한 특징이 되고 있다.

그리고 야수본능이 문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요란하게 확산되고 있다.

야수화된 인간은 야수보다 더 야수적이다.

이것이 야수주의이며 인간의 가치를 부정한다.

이를테면 과학 국가 민족 계급과 같은 객관적인 가치가 인간을 야수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계문명속에서 인간을 회복하고 인간을 자유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인간은 자신의 정신적 자유를 수호할 의무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존재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떠한 위기에 처해도 또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정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반세기 전에 쓰여진 이 책은 바로 지금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통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