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담배인삼공사와 인삼협동조합중앙회(삼협)가 1천억원대의 융자금 조기
상환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담배인삼공사가 삼협을 통해 인삼경작자에게 융자해준 인삼
경작지원자금을 당초 약정했던 거치기간 15년보다 앞당겨 갚아줄 것을
요청한데 대해 삼협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비롯됐다.

공사는 지난 90년 재무부의 인삼생산구조개선계획에 의해 삼협에 94년까지
연리 1.5%, 15년거치 5년분할 상환조건으로 1천1백72억원의 인삼경작지원금을
융자해줬다.

그러나 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홍삼전매제가 폐지됐다며 15년의 융자기간을
인삼경작인 대출기간으로 단축, 96년부터 99년사이에 전액을 상환하고
이자도 당초 연 1.5%에서 연 5%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사측은 이와관련, "홍삼원료확보를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기상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당초 융자약정서를 쓸 때도 "경영체제나 인삼사업여건변화 등이
발생하면 공사는 융자기간과 융자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는
것.

삼협은 그러나 융자금 조기상환이 불가능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삼협은 1천1백72억원가운데 8백19억원은 인삼농가에 생산자금으로 빌려주고
인삼농가지원사업으로 1백91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공사가 융자금을 회수하려면 정부의 대체예산이 필요한데 97년도 예산은
회수자금의 미상환을 전제로 편성됐으며 대체예산이 마련될 때까지 정부의
인삼경작지원정책이 공백상태에 놓인다는 주장이다.

삼협관계자는 "공사가 지급보증을 한 농협을 상대로 공사의 본사주거래
은행인 농협에서 예금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해 대지급을 청구, 96년도 회수
자금 1백62억원을 울며 겨자먹기로 조기상환했다"며 "최소한의 상도의도
없다"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삼협이 융자금상환에 난색을 표하자 공사측이 최근 서울지방법원에
삼협을 상대로 1억원의 대여금 상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사측은 앞으로 소송이 유리하게 진행될 경우 융자금 전액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판결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법률전문관계자들은 "공사로서는 불가피한 여건을 감안해 약정에 단서
조항을 집어넣었으나 통상 우월적지위를 이용한 계약내용의 변경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되며 일반계약법의 신의성실원칙에도 위반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