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이사들이 목하 고민중이다.
서울은행은 10일 오전 10시 확대이사회를 갖고 장행장의 사표수리를 논의
하지만 새로운 변수들이 생겨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어서다.
새로운 변수란 노조 등 서울은행 전직원을 비롯, 일부 비상임이사들마저
장행장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으며 정부도 시중은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 장행장 사표가 반려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비상임이사인 전경두 동국제강 전무는 "(장행장에게) 다른 흠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은행감독원 특검에서 걸러진 사안를 이제와서 다시 문제
삼는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며 "개인의견을 전제로 장행장의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비상임이사인 이능희 태평양 대표는 "은행이 어려운데 또 갈아
치우면 어떡하느냐"며 "그러나 (정부가 하는 일인데) 반대한다고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김영태 총재가 9일오전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4일 임명된지 닷새만에 힘겹게 입성한 셈이다.
이날 김총재의 취임은 전 직원들의 철야토론 끝에 이뤄졌다.
일요일이었던 8일 오후 6시.
산업은행의 김완정 부총재는 서울소재 전직원에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1천여명의 직원들이 속속 본점에 집결하자 정철조 부총재보 등은 노조측을
상대로 김총재에 대한 출근저지투쟁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보자는 것.
새벽녁에 나온 결과는 전체 직원의 70%이상이 출근저지를 중단하는데 찬성,
노조측이 한발 물러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총재는 밤을 꼬박 새운 산은 임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9일 지각취임식을
가졌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