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혁으로 갈등을 빚던 독일 연립정권이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연정의 막내인 자민당(FDP)은 세금인상 불가 당론에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세금인상에 반대하다가 연정이 붕괴되는
것이 차라리차기 총선에 유리하다"며 배짱을 보이고 있다.

라이너 브뤼더레 FDP 총재대리는 9일자 시사주간 포쿠스지와 인터뷰에서
"연정파트너들이 세금인상을 추진할 경우 뛰쳐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브뤼더레 총재대리는 특히 "연정이 무너질 경우 FDP가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당지도부 회의의 의견을 확인하면서 "다음 선거에서 우리는 15%를
득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FDP는 지난 94년10월 총선에서 6.7%를 득표했었다.

오토 그라프 람프스도르프 명예총재도 세제개혁을 둘러싼 연정내분에서
절대로물러서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세제개혁) 반대는 위험하지만
세금인상은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람프스도르프 명예총재는 "연정이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세금인상은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금인상은 실업 증가의
악순환을 초래하기때문에 예산삭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럽통화동맹(EMU) 가입과 재정안정을 위해 세금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해온 기민당(CDU)과 기사당(CSU)은 FDP의 이같은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비난과 설득을 병행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 "벨트 암 존탁"지는 8일 총리실 내부 문서를 인용, 자매정당인
CDU/CSU와FDP간의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헬무트 콜 총리가갈등 봉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페터 힌체 CDU 사무총장은 FDP의 노선을 "자살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연정붕괴라는 굴레로 스스로를 구속하고 정치적 자살로 위협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SU의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은 이날 저녁 독일 공영 ZDF TV에 출연,
"분위기가심각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연정위기를 시인한 뒤 현재의
위기가 "아주 빠른 시일내에 나쁜 결과로 끝맺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DU/CSU는 세제개혁안에 대한 FDP의 반대와 연정붕괴에 대비, 헬무트
슈미트 전총리를 창구로 야당인 사민당(SPD)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