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즌이 막 지난 요즘 비뇨기과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신혼초인 신부 K씨는 지난주 결혼식을 마치고 제주도로 꿈에 그리던 신혼
여행을 갔다.

이틀째 되던날 밤부터 소변이 점점 자주 마려워져 10분마다 화장실을
드나들게 됐다.

소변을 눌때마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찌릿한게 눈물이 날 정도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니 신랑의 과거가 의심스럽고 못된 병에 걸리지 않았나
의구심이 나기 시작했다.

데이트할때마다 만지려들고 틈만 나면 여관으로 유인하려고 감언이설을
늘어놓던 점을 생각할수록 신랑이 바람둥이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용케 순결을 지켜 왔다.

신랑 L씨도 은근히 뒤가 켕긴다.

얼마전 바이어를 접대한다는 핑계로 직업여성과 관계를 맺은 것이다.

친구말대로 사전에 검사를 받았어야 하는 건데.

친정어머니도 사위가 틀림없이 못된 병을 옮겼을 것이라 짐작하고 괘씸해
했다.

병원에 들어오는 세사람의 모습이 가관이다.

신부는 아주 히스테릭한, 신랑은 축 처진, 장모는 괜히 기세등등한 모습
이다.

의사가 말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몰매라도 맞을 상황이다.

환자가 들어서자마자 상황파악 끝이지만 문진을 하고 조용히 설명한다.

"밀월성 방광염이라는 거예요. 신혼여행중에 잘 발생하는데 죄라면 따님이
순수한 처녀이고 신랑이 좀 심한 사랑을 했다는 겁니다. 신랑이 나쁜 병에
걸려서가 아닙니다"

순수한 처녀가 갑자기 성관계를 맺으면 질내 세균이 방광내로 침입해
갑자기 급성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처녀는 이런 방면에 내성이 약하고 한창 젊으니 성행위가 지나치게 돼
이런 급성방광염이 나타날수 있다.

이런 병은 방광이완제와 항생제를 좀 쓰면 2~3일내로 완치된다.

< 권성원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비뇨기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