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쯤 가면 목가적인 풍경의 전형적인
유럽 시골마을을 만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지류가 흐르는 이 곳이 바로 독일 아우디사가
있는 잉골슈타트다.

폴스바겐그룹에 속해있는 아우디사는 직장평의회와 사측간의 관계가
끈끈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장평의회"란 독일에 있는 독특한 종업원 대표기구.

산별로 조직된 노동조합과는 별도로 법에 따라 각 직장내에 종업원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구성된 기구다.

상급단체인 IG-Metall(독일금속노조)이 임금인산과 고용안정등 기본적인
근로조건 개선문제를 다루고 직장 평의회에서는 회사의 경영문제 전반에
참여한다.

성과급, 수당등 부수적인 임금문제도 직장평의회 몫이다.

독일내 기업들은 직장평의회와 협의하지 않고서는 어떤 경영전략이나
개선책도 실시할 수 없다.

법적으로 노사가 협력할 수 있는 기본 보장이 돼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제도적 장치일 뿐이다.

노사협력을 실제로 일구는 것은 사측과 노측이 공존을 위해 서로를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는 자세다.

지그프리드 로스 IG-Metall 정책담당은 "노사관계란 갈등하면서 동시에
협조하는 관계(conflict partnership)"라며 "기업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노동자의 사회적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목표"라고 말한다.

아우디 잉골슈타트공장은 이런 면에서 전형적인 독일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곳이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블루칼라 2만5천명의 85%가 IG-Metall 소속이다.

6천여명의 화이트칼라중 65% 가량은 사무 노련의 조합원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직장평의회에 소속돼 있다.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작업장 개선이나 임금체계 변화 등 모든 정책
수립에 노사가 함께 참여한다.

이 공장은 지난 93년이후 생산성향상을 위해 그루펜아르바이트(팀제)를
도입했다.

15년전부터 노사가 함께 준비해온 연구결과를 시행에 옮긴 것이다.

그룹별로는 1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품질관리나 생산성향상에 대해
논의한다.

물론 벤츠사나 다른 회사의 팀제와는 다른 면도 있다.

그룹의 리더를 자체적으로 선출하지 않고 회사가 직접 지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구성원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오트너 베트르램은 "위에서 지시하지 않아도 그룹내
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 작업하기 때문에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팀제 도입으로 임금구조도 자연 변했다.

팀별 작업에 따른 성과에 걸맞게 임금을 고려하게 된 때문이다.

팀제도입에 따른 성과급이 전체 임금의 14.4%를 차지할 정도다.

안드레아스 랩 직장평의회 정책담당자는 "새로운 임금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전체 노동자중 50%가 이전보다 더 나아졌고 임금이 준 쪽은 5%에 불과
했다"고 설명한다.

지난 94년에는 노동자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 창안제도 실시했다.

노동자의 작업환경개선 제안이 채택되면 걸맞는 보상을 하는 제도다.

시행한지 2년만에 1만6천여건의 개선안이 쏟아져 나왔고 이들 아이디어
덕에 회사측은 2천9백50만마르크를 절감할 수 있었다.

노동자의 적극적인 경영참가가 경비를 줄인 셈이다.

경제적 위기와 통일 그리고 일본식 생산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전면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독일 노사관계.

"지금은 전통적 노사관계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협력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로 변해 가고 있는 때다"(노베르트 알트만 독일사회과학연구소장)는 말처럼
이곳 아우디사도 노사협력구도를 더욱 탄탄히 다져 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