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풍부한 천연생물로부터 렉틴(lectin)성분을 추출,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이나 암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영남대학교 정시련.전경희 교수팀은 21세기형 신약개발연구의 하나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천연물에서 렉틴성분을 분리, 이를 면역기능 조절약
물개발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교수팀은 흰강남콩 등 식물류와 표고버섯 등 균사체는 물론
조각매물고둥을 포함한 1백여종의 해양 하등동물을 채집, 렉틴성분을
분리.추출하고 인체내에서의 기능을 확인중이다.

백혈구는 사이토카닌이란 다양한 면역기능조절물질을 분비, 암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질병에 대항하는데 그동안 분리.추출한 렉틴성분 중
어떤 것이 유용한 사이토카닌을 많이 분비케 하는지를 시험중인 것.

정교수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양 하등동물 3~4종에서 유용한 렉틴
성분을 뽑아내 상품화까지 가능할 정도의 결과를 얻어냈다"며 "각종 암 및
면역질환 치료제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또 "렉틴성분은 면역학적 생물화학적 성질이 다양해 질병치료제
뿐 아니라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 등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렉틴은 천연물에서 얻어지는 고분자구조의 당단백질로 혈구세포에
작용, 면역기능 조절물질을 생성시키거나 특정세포에 대한 세포독을 유발
시켜 암 또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을 치료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렉틴의 존재는 1백년전 밝혀졌으나 당단백질로 된 고분자물질이어서 분리
정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일정량의 생체조직내에 보통 0.001% 정도만이 함유되어 있을
뿐인데다 대사산물(찌꺼기)로 나오는 것이어서 조직배양이나 유전자조작
등의 기법에 의한 대량생산도 불가능했다.

이와함께 독성문제로 의약품 원료로의 개발이 지연되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식물 미생물 하등동물 등 천연생물로부터 이 물질의
분리정제가 본격화되면서 잇따라 상품화에 성공, 특정 암의 치료제개발 등에
응용되고 있다.

현재 상품화되어 있는 렉틴 중 아브린, 리신 등과 같은 것은 5mg당
2백달러선을 웃돌 만큼 고가에 팔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