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개발공사가 창립된 것이 1979년 3월3일이고 산악회가 발족한
것이 같은 해 7월25일이니 산악회가 유개공과 역사를 같이했다 해도
지난친 말이 아니다.

본사의 400여명 식구 중에 산악회 회원이 50명을 넘고 또한 퇴직하신
여러 선배들께서 여전히 산행을 같이 하고 계시니, 회사 내에 많은
동아리가 있지만 경륜과 규모 면에서 우리 산악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산악회는 다른 산악동아리와는 색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산보다는 남들이 잘 모르는, 그래서 잘
가지 않는 산들을 일부러 찾는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 즐겁지 아니한 산행이 있으련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92년 12월초에 다녀온 운무산을 들 수 있다.

예상치 않은 강한 눈보라가 닥치면서 기온이 급강하하는 바람에 회원들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눈을 헤치며 걷는 기분, 눈을 함박 뒤집어 쓴 채 나뭇가지마다 핀 설화에
넋을 잃을 때는 황홀하기까지 했지만, 미끄러져 엎어지기 수십차례였고
길을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느꼈던 강추위의 공포는 지금도 새롭다.

우리 산악회에는 모험과 낭만, 땀과 휴식이 공존하고 있다.

충북 단양 도솔봉 밑 하룻밤 묶었던 농가에서 먹었던 토종백숙과 농주의
맛, 청량리에서 밤기차를 타고 자미원역에서 내려 야간산행을 하고
정상에서 일출을 맞았던 두리봉, 시원한 약수와 능선 초원길이 일품인
계방산, 산행길에 첫눈을 맞고 환호성을 올렸던 설악산과 근처 대포항
부두에서 좌판을 깔고 먹었던 회맛 등등 다시하여도 새로울 추억들이다.

금년 3월23일 경기 퇴촌의 정암산에서 거행된 시산제 산행에는 장석정
사장님을 비롯하여 정박모 본부장, 권오삼 처장, 전이수 처장, 황성기
처장외 30여명의 동료회원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였고 특히 85년에
퇴직하신 최석환 이사님을 비롯 박화업 처장, 김윤권 부장, 김태순 부장,
이정옥 님 등 정년퇴직하신 선배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